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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 말고 달 Oct 11. 2024

대학진학상담반, 이렇게 운영했어요.

학교 밖 청소년 상담기

  대학진학상담반 

 학교 밖 청소년들은 4월과 8월에 고졸 검정고시를 응시한 뒤에 그 성적으로 비교내신제를 활용한 교과 전형 수시모집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는 일반고 학생들처럼 학생부 종합 전형, 논술 전형, 실기 실적 전형의 수시 모집과 수능 백분위와 표준점수를 활용한 정시 모집, 추가 모집 등으로 일반대와 전문대에 진학합니다.

  상담을 위해서 매년 4월이면 1년 전체 계획과 세부 계획서를 작성하고 일정과 진행 과정을 협의합니다. 계획서에는 상담 및 수업 목표, 운영 계획, 상담 방법, 차시별 내용 등이 담깁니다. 출석부를 만들고 기초자료도 미리 받아서 파악합니다. 4~5월에는 진학상담카드를 작성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상담과 수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해 대입 경향을 설명하고 학교 밖 청소년 대입 전략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가지고 안내합니다. 해마다 내담 청소년들의 선호 전형과 상담 내용이 다르기에 수요 조사를 해서 적절히 상담 내용을 조정하면서 진행합니다. 4~6월은 대체로 공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집단상담을 위주로 하고 필요시 개별 상담도 진행합니다.

  여성가족청소년부에서 발표하는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와 실제로 청소년들을 만나본 경험을 종합해 보면 학교 밖 청소년은 진로상담보다는 진학상담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원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이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학교를 나왔지만 보란 듯이 잘 해내겠다는 조급함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막상 학교 밖으로 나와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나 방법을 만나기가 지역에 따라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상담은 일단은 수요와 희망에 따라 주로 진학상담에 초점을 두고 합니다. 하지만 자기 이해와 진로 탐색은 진학의 기초이기에 자기 이해를 위한 진로심리검사는 빠뜨리지 않고 꼭 진행하려고 합니다.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사회 변화를 고려하면서 긴 호흡으로 자신의 강점과 실력을 키워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희망 대학 진학가능 점수만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스스로 찾는 방법을 알려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6월에는 직업흥미, 직업적성, 직업가치관, MBTI 성격 검사 등 진로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진로심리검사 결과가 추천하는 진로, 직업, 학과 탐색을 합니다. 진로탐색, 진로경로설계, 대학 및 학과 선택 기준을 안내하고, 독서, 버킷리스트, 미래 명함, 미래 계획서의 과제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또한 학생부 종합전형과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을 안내하고 자기소개서를 문항별로 작성하는 실습 시간을 가지고 기회가 되면 선배 멘토와의 만남의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선배와의 만남 시간은 대학생활 이모저모, 대학 학과 지원동기 및 진로 목표, 학교 밖 기간 중 진로진학과 관련하여 본인에게 의미가 있었던 학습경험과 활동노력 소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계기, 역경극복 과정과 방법, 후배들에게 하고 싶거나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 기타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을 합니다.

  7~8월에는 본격적으로 진학을 위한 검색 실습을 하고 지원자별 수시 모집 전략과 방법을 확정하고, 수시 상담카드 과제를 작성합니다. 원서접수 사이트,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전문대학포털 프로칼리지, 각 대학 입시 홈페이지 등의 활용 방법과 대학별 비교 내신 점수 환산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지원 가능 대학 상담을 진행하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조언합니다. 상담 일정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게 탄력적으로 진행하지만 대체로 6~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별상담을 진행하는데, 이때는 주로 <어디가>와 <프로칼리지>의 입시 결과, 사설 입시 기관 진학자료, 교육청 진학상담자료를 기준으로 진학상담을 합니다.

  9월에는 대학 수시모집 원서 접수 즈음에 당해 연도 배치표를 기준으로 최종 수시모집 진학상담을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조언합니다. 이때는 평소에 오지 않던 청소년들도 많이 옵니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자기소개서가 없어졌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도 많이 지원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활동 기회가 없어진 탓으로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자가 많이 줄어 안타까웠습니다. 10월에는 면접 특강과 면접 실기를 진행하고, 11~12월에는 필요한 청소년들이 있는 경우 수능 분석 및 정시모집 상담을 진행합니다.


  이제는 정말 진로 상담이 필요한 세상

  학교 밖 청소년 진로상담은 커리어넷 학교진로상담(지도) 종합 지원체제에 탑재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 선택기와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 자료를 종합적으로 활용합니다. 구체적으로 내담자의 진로결정 및 진로활동 수준에 따라 동기촉진형, 목표수립형, 활동강화형, 실천계획형의 4가지 유형별 진로상담기법을 활용합니다. 구체적 목표, 현재적 상황 진단과 진로진학 장애요인 파악, 대안 모색, 계획 및 실행방안 수립 등을 질문하면서 내담자가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진로진학상담과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진로진학 컨설팅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상담에는 학업중단 사유, 상담요구사항, 개인 특성과 흥미, 학습능력, 학업성취 정도, 진로 목표와 준비 정도, 자기 관리 능력, 경제적 환경 등도 고려합니다. 마지막으로 위기유형에 따라 심리정서 상담과 교육복지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이 있는 경우에는 센터를 통해 상담과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연계하고 상담에 반영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정서심리적으로 어려워하는 내담 학생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끔 자기 이해, 일과 직업 사회 이해, 진로 탐색 및 설계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합격 가능한 아무 대학이나 알려 주기를 원하는 청소년이 있습니다. 공부 상처가 있고 조급해 보입니다. 중도 포기하고 다시 상담하러 오는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탐색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급한 해답 요구하니 고민스럽습니다. 문제 상황을 직면하게 해서 스스로 답을 찾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 것이 맞는 당장의 입시 현실에서는 고민될 때가 많습니다. 절충점을 찾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은 그들의 수요와 희망에 맞게 상담을 진행하지만, 내담자가 받아들일 상황이 된다고 판단되면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에 중심을 두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로상담은 일반 상담과는 다르게 진로발달단계에 맞는 과업 수행을 통해 진로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궁극적인 목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입 수능 응시 인원 변화 추이를 보면 2011학년도 71만 2천여 명에서 2017학년도 60만 5천여 명을 거쳐 2025학년도에는 52만 2천여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이전에 비해 대학 입학문 많이 넓어진 게 사실입니다. 어디가, 프로칼리지, 대학 홈페이지에서 전년도 입시결과를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진학 정보 접근성도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대입 공정정 강화 목적에 따라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비교과 반영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대학을 가기 위한 길이 넓어졌지만 방법은 줄었습니다. 이런 몇 가지 원인으로 2~3년 전에 비해 진로진학상담 희망률이 줄었습니다. 특히 학력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굳이 진학 준비를 착실히 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전문대나 일반대에 진학이 가능해진 세상입니다. 하지만 진로 없는 진학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직업 세계에서 다시 만나야 합니다. 그곳에서는 학벌이 아니라 실력 있고 자신의 일을 즐기고 몰입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제 정말 진로 상담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의 고성장 국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인구구조 모두 그렇습니다. 그러니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나 승수효과를 예전처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대학만 가면 취직이 잘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진로 선택을 정말 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둘째, 미래 사회는 변동성이 심합니다. 환경, 사회 경제, 기술, 국제 관계 등이 그렇습니다. 변동성에 대처하려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자기주도적 진로개발역량을 계발해야 합니다. 셋째, 웰빙(well-being)에서 워라밸(work life balance), 욜로(YOLO. You Only Life Once)를 거쳐 현재의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시대로 가면서 삶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핵심은 '자신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세상입니다. 개인이 가장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직업 생활에서 만족도가 높아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잘 찾고 준비하는 일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진로가 정말 중요한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이게 제가 여기에 있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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