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교사의 어느 하루- 우리에게 필요한 것 세 가지는?
1정 자격 연수 신청했더니 마약 검사부터 하라고?
1정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정확하게는 진로진학상담 정교사 1급 자격 연수입니다. 연수 대상자 확정 공문이 왔는데 법률에 의거 마약 4종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알아보니 요즘에는 교사 및 공무원 채용, 교원 자격 연수, 병역판정검사 등을 위해서는 마약 검사가 필수였습니다. 난생처음 마약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가능 병원도 많지 않고 시간도 촉박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당일 검사 직후 바로 결과지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마약 검사는 잘 해결했지만 기분이 참으로 묘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생활까지 빠르게 확산될 만큼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마약 사안을 다루어 본 경험이 있기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과거 모 중학교에서 생활안전부장을 할 때 여학생 2명이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했습니다. 성인 남성의 유인에 의한 마약 투약 행위였고, 성폭력, 아동학대, 학교 폭력 피해가 동반된 사안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해서 동분서주 애를 쓰느라 참 힘들었던 시간이 기억납니다. 자살사고 사안은 아니지만 매우 중대한 위기사안이라 판단되어 시교육청 관련 부서에 먼저 유선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학생 생활교육 담당부서에서는 사안을 처리해 본 적도 없고 매뉴얼도 없으니 보건체육 담당부서로 문의하라고 했고, 보건체육 담당부서에 전화하니 약물 사안 대처는 음주, 흡연, 약물 오남용 교육 위주라 그 교육 자료를 활용하라고 했습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학교 현장에 매우 어려운 위기 사안이 생기면 전문적인 TF팀이 즉각 출동하여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학교 위기 사안 대응팀 체계가 모든 교육청마다 다 갖추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저의 멘토 학생 부장이었던 전국구 베테랑 학생 부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타 지역 교육청에 문의했고, 병원 Wee센터와 경찰서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경찰서 해바라기 센터와 학교전담 경찰관에게서 받은 도움이 실질적이었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생활안전부장으로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와 생활선도위원회의 실무를 맡았고,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지 않았기에 위기관리위원회 업무까지 맡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여러 업무를 도맡았기에 이 사안을 처리할 때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사안을 통합적으로 적절히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문현답'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어리석거나 엉뚱한 질문에 대한 현명한 대답을 의미합니다. 요즘은 취업과 연결해서 '우리의 문제는 현장실습에 답이 있다.'라는 식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그렇습니다. 문제 해결의 단서나 답은 현장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측불가능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위기 사안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중대 사안 발생 시에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장 긴급 출동 및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활교육은 매뉴얼과 교육 자료를 잘 만드는 일만큼이나 현장의 일상적인 교육활동에 답이 있습니다. 생활안전, Wee 클래스, 진로 상담 등 학생들을 최일선 현장에서 만나고 있는 부서들이 제대로 교육하고, 상담하고, 여러 위기 사안을 예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및 역량 투입이 이루어져고 하고, 임무 및 권한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마약은 정말 위험한 물건입니다.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고, 평생을 후회하게 만듭니다. 마약 청정 사회를 위해 학교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모두가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예방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1정 연수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세 가지는?
마약 검사에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 이제 연수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진로 11기로 한국교원대학교 부전공 자격 연수 이수로 진로교사가 되었습니다. 부전공으로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았기에 연수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교원 수급 등 여러 이유로 타 교과와 달리 진로 교사는 부전공자도 1급 정교사 자격 연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연수 공고 공문 공람이 와서 교무부장에게 해당되지 않는 줄 알고 얘기했더니, 내년에 교감으로 나갈 것 같은 엄청 친절하고, 부지런한 교무부장이 신청 가능 여부를 대신 알아봐 줘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전입을 와서 알았는데 나이도 적고 전공과목은 다르지만 엄청 스마트한 제 교직 발령 동기입니다.
연수원에서 만난 선생님 중에는 내후년이 정년인 진로교사 6기 선생님도 계셨고, 모두 저마다의 연수 목적과 사연이 있었습니다. 연수를 듣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한데, 다른 교과목 1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으니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또한 귀중한 여름방학을 쉬지 못하고 3주 동안이나 연수에 참여해야 하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아 시원스럽게 대답을 못하고 미적거렸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가서 만나 보니 다들 저 같은 마음이 많아서 서로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연수 신청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더 나은 진로교사가 되기 위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호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 이 자격 연수야말로 자기 계발을 위한 진정한 연수이고, 이런 연수에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선생님 모두가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028 대입제도도 개편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교수 학습 및 상담에서 진로전담교사로서 전문성을 높이는 게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상담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상담은 지속적인 상담 경험과 끊임없는 공부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및 통합형 수능 도입, 미래 직업과 산업 트렌드 변화, 노동 시장과 고용 방식 변화 등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는 수업에도 도움 되지만 결국 좋은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최소한 평균 이상의 진로진학상담을 제공해 주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주변 학교보다 훨씬 나은, 학생에게 꼭 적합하고 도움이 되는 상담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이야말로 가장 개별화된 교육 방식이고, 진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담자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상담에 진심인 진로 교사이니까요!
대면연수는 2025년 8월 4일(월)에서 8일(금)까지 경기도 부천시 가톨릭대 성심교정 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주, 강원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70여분의 선생님들께서 왔습니다. 가톨릭대는 서울에 신학캠퍼스, 의학캠퍼스 있습니다. 부천에 있는 가톨릭대 성심교정에는 특수교육과 상담이 유명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경남 지역에 내린 폭우로 KTX가 53분 연착되어 광명역에서 택시를 타고 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습니다. 내려올 때는 표를 바꾸어 서울역에서 출발했습니다. 지하철 신안산선의 2026년 12월 개통 전까지 환승이 불편하니 KTX 광명역보다는 서울역으로 가서 1호선 타는 게 조금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연수는 3주 총 102시간으로 비대면 2주, 대면 1주로 구성되었고, 중·고 통합 A, B반 분반 수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부전공 자격 연수 570시간에 비하면 적지만, 그래도 여름방학 시간을 다 투자해야 합니다. 연수 커리큘럼은 내용 심화 또는 보수 교육 성격이 많았지만 토론, 토의, 프로젝트 학습, 디지털 매체 활용, 교육 연극, 실습, 직무 연구, 현장 탐방 등 수행 및 참여중심의 교육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새로운 연수 내용 중에는 홍익대 구민정 교수님의 '진로 교육 연극 이해와 실습', 리얼워크 이유정 소장님의 '진로교육을 위한 러닝 퍼실리테이션'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은퇴하신 강정임 선생님의 '재미있고 의미 있는 활동중심 진로수업'도 좋았습니다. 저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좋은 교육이란 결국 학습자가 잘 배워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새기게 되었습니다. 학습자는 탐구, 실행, 성찰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성장을 하게 되는데, 학습자가 잘 배울 수 있도록 학습자 중심, 상호작용, 학습 전이, 재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고, 수업, 상담, 행사를 개선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가는 출석, 직무연구, 지필평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무연구 보고서 작성을 위해 비대면 연수 때에 평일 오후 2회를 비워줍니다. 서술형 평가 문제는 5개 문항이었고, 대면 연수 4일 차 오전에 2시간 동안 쳤습니다. 당연히 오픈 테스트가 아니니 조금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 아는 내용도 많이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서술형 평가 이후에는 현장 견학 및 체험이 있었는데, 올해는 안산시에 있는 경기도 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생활은 기숙사에서 했습니다. 1인 사용 선택이 가능해서 2인실을 혼자 사용했습니다. 아무래도 5일 동안 연수를 듣고 공부를 해야 하니 혼자 사용하는 게 훨씬 편했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의실에는 업소용 음료수 냉장고와 간식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커피, 음료수, 간식 등을 떨어지지 않게끔 언제나 가득 채워 주셨고, 아침 식사 대신에 샌드위치를 주셨습니다. 이 학교는 8월에 일주일은 본관, 도서관, 식당이 모두 문을 닫는 '셧다운' 기간이라 밖에서 식사 해결해야 했습니다. 연수하는 건물에는 편의점, 카페, 세탁소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기숙사와 연수 장소가 바로 옆이라 이동하기는 편했고, 연수원 측에서 연수 지원을 잘해 주셔서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한국교원대 부전공 연수 때처럼 엄청 설레고 좋았던 건 아니지만 간병과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 쐬러 가서 좋았습니다. 불자이지만 여행 가는 곳마다 교회, 성당, 이슬람 사원 가리지 않고 다니는 편이라, 작은 성당에서 기도도 하고, 수목이 멋진 교정도 산책했습니다. 피정 간 기분이었습니다. 약간은 쓸쓸하기도 했지만 지친 마음을 좀 살피니 좋기도 했습니다.
부천시에는 요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웹툰, 만화와 관련된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웹툰융합센터가 있습니다. 또한 가톨릭대 인근에는 대한민국의 존경받는 창업가이자 교육가이자 사회사업가인 유한양행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공고와 유한대학교도 인근에 있습니다. 다음에는 더 시간을 내서 부천시 견학도 하고 지역 탐험 여행도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로와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키워드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저는 호기심, 열정, 공감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을 '호기심'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열정'이라고 합니다. '호기심'에 '열정'이 결합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에너지가 됩니다. 여기에다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더해진다면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1정 연수에서 호기심, 열정, 공감 능력이 뛰어난 많은 진로교사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 좋았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진로교사들이 가진 월등한 '공유' 정신에 대해서 새삼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진로 1정 연수는 40~50대 교사가 주로 대상자입니다. 이전 교과의 1정 연수를 이수하고 20여 년이 지난 분들이 많았습니다. 타 교과 1정 연수처럼 교직생활 3년이 지난 파릇파릇한 젊은 교사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1정 연수에 와야 하는 '짬밥'이나 '군번', 그런 연륜이 아닙니다. 하지만 식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청춘은 나이 순서가 아니라 열정 순서라고 합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짜 '청춘'입니다. 우리가 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늘 젊게 살기 위해서 인생에서 가져야 할 세 가지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