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보는 나의 어린일기 #1
Intro.
초등학생 때 썼던 일기장을 펼쳐 읽어보게 되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밖에서 뛰어놀았던 이야기, 가족과 있었던 이야기도 많았지만 중간중간 흠칫 놀라게 하는 글들이 있었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 3년차에 접어든 지금보다 더 많은 주제에 대해 성숙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 일기들을 세상에 꺼내보려 한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느끼는 감상을 기록하고자 한다. 무한한 상상력과 다양한 글감들을 던져준 어린 시절의 나와 일기장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초등학교 4학년이 어쩌다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첫 문장부터 감명깊다. 예나 지금이나 인생 2회차 소리 듣는 건 여전한 듯. 우연의 일치인지 저 일기장을 읽고 있을 때 앞에 계시던 아빠가 "이야, 시간 정말 빨리 간다. 유라야 니보다 내 시간이 훨씬 빨리 간다. 맨날 빨라지기만 해"라고 탄식 섞인 말을 내뱉으셨다. 일기 속의 나는 11살, 아빠는 43살이었고 지금은 27살과 59세가 되었지만 첫 문장에 적은 시간의 법칙에 변화는 없었다. 저 때의 내 시간보다 지금의 내 시간이 두 배로 빠르게 가고있고, 저 때 아빠의 시간보다 지금 아빠의 시간은 세 배로 빨리 가고 있겠지.
어제도 고등학교 친구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함께 삼척으로 여행갔던 것이 벌써 1년이 다되어 간다는 걸 깨닫고 믿기 힘들다며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에 대해 얘기했다. 벌써 다음주면 2022년이 100일 밖에 남지 않는다고 한다. 나에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해라, 늘 같은 일상이 반복된 것 보다야 느리게 흘렀겠지만 그럼에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은 붙잡고 싶다. 어떻게 해야 남은 올해를 가장 알차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저 시절의 아빠는 힘들다고 내색은 안하셨지만 내 눈에는 다 보였나보다. 아빠가 스트레스 받고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동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짧은 어휘력에 안타까운 마음과 존경심을 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아빠를 보며 저 꼬마는 내 미래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걱정과는 다르게 잠도 아주 잘자고 휴가도 반납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주어진 휴가는 마음껏 쓰고있고, 휴가 갔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일도 없다. 11살의 내가 걱정한 것에 비해 16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면서 한국의 기업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회사들도 남아있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지금 나의 성격과는 다르게 저 시절의 나는 걱정도 많고 조금 비관적이었던 것 같다. 저 나이 때 이미 걱정을 다 해 버려서 지금은 해탈해 버린걸까?
어쨌든 지금의 내 밝은 에너지가 좋다. 일기의 마지막 문장이 '앞날이 캄캄하다'라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현재의 내가 그리는 내 앞날은 창창하니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