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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연 Jan 13. 2020

교사라는 직업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겨울 방학을 목전에 둔 기간은 그야말로 고군분투기의 연속이다.  아침에 교실문을 열면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까지의 교실은 긴장감이 맴도는 전쟁 전야의 작전기지에 친 야상 텐트 속 같다고나 할까. 아이들이 하나 둘 등교해서 교실을 다 채우면 30명이 뿜어낸 에너지가 용솟음치기 시작하는데 각자 가지고 있었던 에너지가 결합하면 더 커지는 현상을 수시로 목격한다. 

어제 우리 반 녀석이 복도에서 축구공을 발로 차서 벽에 붙어있던 비상조명등이 떨어졌다. 벽 안에 있던 전선들이 쓸려 나오면서 아슬아슬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처량하게  매달려있는 램프와 갓의 모습을 목격하고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수습에 들어갔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짓을 알면서도 하는 폭탄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20년을 교실에서 살았지 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가슴 쪼그라드는 일 앞에선 자연스럽게 차분해지고 담대해진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시설 주무관님 찾고 오시게 하기까지 20분이 걸렸다. 이 사건을 해결하고 급식실로 내려가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마셨는지도 모르게 후다닥 먹고 교실로 왔는데 또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이랑 쓰대고 놀다가 코피가 터져서 왔다. 먹었던 밥이 소화도 되기 전에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서 지혈하는 내내 별 일 없어야 하는데 하고 걱정 또 걱정. 그렇게 오늘도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게 초등학교 교실의 마지막을 보내는 일상의 모습이다.  

수업은 또 좀 많아야지. '안전 천국' 강조하는 세상이니 교사들에겐 쉬는 시간은 이미 없어졌고. 복도, 운동장 등 학교 곳곳 내 눈길이 미처 닿지 않는 곳에서 사고 날까 봐 머릿속에서 무선 안테나를 세우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말년병장들을 교육한다. 


"선생님, 이제 진도 다 끝나가고 졸업도 하는데 파티 안 해요? 라면 파티? 삼겹살 파티?"

"응. 니 집에서. 초대한다면 가줄 의향 있어." 

"크크크크크"


아이들은 학교를 놀이터로 추구하고 나는 열심히 그건 아니라는 뜻을 유머로 받아친다. 

학교에선 에너지를 분출하지 못해 발화점을 찾느라 바쁘고 방과 후엔 각종 학원 투어를 하며 중학교 대비를 한답시고 그들이 말하는 ''공부''를 한다. 아마 학교마다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풍족함 속에 느껴지는 이 비루함. 그나마 학교는 공부하는 데지 오락장이 아니다를 거의 이 나라 교육법처럼 해놔서 수업은 이루어지는데 이미 아이들의 멘탈은 어떻게 하면 모인 이 곳에서 ''놀아볼까''이다. 노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게 학교였음 좋겠다는 건 뭐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페이스북 샐럽들의 글을 읽고 그들의 자녀들 이야기도 읽는다. 그들은 유식하고 전문가 포스가 넘치며 늘 바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사색의 기품이 있어 보이고 자부심 넘친다. 겸손할 수 있다는 것도 성품을 떠나 일단 사색 가능한 여유가 있어야 나오는 거 아닌가.  하루 종일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관계 맺고 소통하는 걸 보여줘야 하는 나로서는 부럽기만 하다. 교실에서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이유의 8할은 내 육체적 노동력이고 머리 쓴다 말하지만 결국 수십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일상을 그저 원만하게 문제없이 살아내는 힘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브릴리언트한 부모에게서 배운 자녀들이 똑똑한 건 뭐 당연한 거 아닌가 싶고 결국 자본주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좋은 머리와 환경을 갖고 태어난 이들이 엘리트가 되어 그 복 누리려고 만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모 마음은 다 똑같으니 자녀들은 더 똑똑하게 키워 이 사회에서 좋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이거 저거 야심 차게 서포트해주는 내용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 풍족함을 누리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세상에서 결핍으로 마음이 쓰린 아이들을 모두 품어 안고 가야 하는 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 또 쌓아간다. 


흠....저 격차를 어떻게 좁힐 건가.


하고 말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그들의 학년말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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