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몇 년 전 여름이었다. 너무 더운 날이라 마룻바닥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ㅇㅇ야, 집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
그분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뭐지? 책 사이에 끼워놨던 돈이라도 발견하셨나?’
곧 다시 들뜬 듯한 목소리가 대답해 왔다.
“ㅇㅇ가 중학교 때 쓴 일기장을 찾았다. 고거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앗! 내 일기장을 읽었다니… 일기장에 무슨 내용을 써놓았는지 아찔해졌다. 안 좋은 말이이나 이상한 생각들이 적혀있으면 어쩌지…’
내 일기장을 읽고 한 없이 기뻐하시던 분은 다름 아닌 우리 아빠다. 아빠는 연이어 일기장에 적혀있는 내용 하나를 읽어주셨다.
19ㅇㅇ년 3월 3일
언니가 겨울 방학에 샀던 구두 굽이 너무 높아서 학교에서 신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는 새 구두를 샀고 헌 구두를 나에게 주었다.
사실 언니가 신던 헌 구두가 훨씬 예뻤기 때문에 내가 그 구두를 신겠다고 했다.
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내일 학교 갈 때 새 구두를 신고 가야겠다.
진짜 새 거는 아니지만….
그리고 아빠가 하시는 말씀이
“우리 ㅇㅇ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 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써놨는지, 아빠가 고거 읽으면서 오랜만에 아주 즐거웠다. 봐라. 중학교 때 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 못 하재? 일기 써놓으니까 지나고 나서도 펼쳐보면 알 수 있잖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빠는 막내딸의 일기니까 관심 가지고 읽어주는 거지.. 누가 내 글에 관심이나 있겠어?’
이러나저러나 아빠가 나를 잔뜩 추켜세워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의 어설픈 글도 무슨 작품이라도 되는 듯 흥미 있게 읽어주는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노트를 꺼내 들고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5권째 계속 쓰고 있는 중이다.
아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빠의 독려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의 가장 열혈팬 아빠의 전화 한 통에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