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일기
오후 시간, 외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렀다.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한참을 하다, 동료는 샌드위치 나는 담백해 보이는 올리브 치아바타를 골랐다. 우리는 소진된 에너지를 조금은 채워줄 수 있는 셀프 선물을 들고 복귀했다.
6시를 넘어서자 모두 퇴근하고 나와 그 동료만 남았는데, 급격히 당이 떨어져 손과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떠오른 치료제 치아바타! 나는 부산스레 뒤적이며 빵을 찾아냈고, 동료와 나는 각자의 자리에서 사 온 빵을 먹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빵집에서 사긴 했지만 혈당을 올리는 게 급해 별생각 없이 한입을 먹었는데, 와우, 절로 눈이 커지고 감탄이 나오는 맛이었다.
기름기 없고 담백한 빵과 간간이 풍기는 올리브 풍미와의 균형이 훌륭했다. 밀가루도 좋은 걸 쓰는지 깔끔하면서 은은한 고소함이 느껴졌고, 빵은 적당히 촉촉하고 부드러워 씹는 맛이 있었다. 한입 먹으면 끊임없이 먹게 되는 마성의 맛이었다. 그 빵집이 왜 맛집인지 몰랐는데, 오늘 이 빵을 먹음으로써 인정하게 됐다. 이런 치아바타를 먹을 수 있는 보석 같은 빵집을 발견하다니. 큰 수확이었다.
혼자 먹기 아까운 나눠 먹어야 할 맛이어서, 계속 먹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며 반을 남겨 집에 가져갔다. 엄마도 맛을 보시곤, 역시나 빵이 달지 않고 고소하고 맛있다며 감탄하셨다. 뿌듯함이 올라왔다.
인간의 뇌는 역시나 어마어마한 기억저장소임을 증명하듯, 순간 인스타그램에서 본 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빵 안의 내용물이 많아, 밀가루는 그저 거들 뿐인 빵이었는데, 그 집의 치아바타를 보면 환공포증이 생길 것 같다는 사람들의 설명이 있었다.
바로 폭풍검색을 했고, 기억 속에 있는 어마어마한 내용물을 품은 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빵집은 송도에 있었는데 집에서 차로 21분 거리였고, 목·금·토요일 3일만 오픈하고 있었다.
엄마도 빵집 블로그 글들을 보시더니 관심을 보이셨다.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 내고 혼자 다녀올 정도는 아니어서 잊고 있었는데, 이 참에 엄마와 다녀오기로 했다. 엄마도 빵집에서 빵을 골라먹는 걸 재밌어하기에 괜찮은 재미거리가 될 거 같았다. 그렇게 이번주 토요일, 빵지순례를 다녀오기로 했다.
혼자도 재밌을 수 있지만 함께하면 더 재밌는 거 같다. 영화를 보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여행하는 것도,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작업하는 것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요즘 자주 떠오른다. 그리고 곁에 누군가가 있어야 무언가를 혼자 하더라도 힘을 낼 수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하곤 한다. 나이 들며 점점 함께 하는 것이 의미 있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거 같다. 혼자서도 함께도 즐거울 수 있는 매일이 인생이 되길 바라본다.
아무튼, 이번주 빵지순례는 같이 재밌을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