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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Jul 24. 2024

0709 공사장 방문

2024년 여름일기

오전에 공사 중인 회사 이전지에 다녀왔다. 마감재료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는데, 뭔지 잘은 모르지만 팀장님이 부재하여 다른 팀 선임과 함께 방문하게 됐다. 기존의 인테리어와 구조는 다 철거되어 있었고, 회색 콘크리트와 내부구조물, 기둥, 내장재가 드러나 있는, 말 그대로 공사현장이었다.     


난생처음 공사장 안전모를 쓰고, 같은 층을 쓰게 될 다른 기관 분들과 함께 공사현장을 둘러보았다. 설계도면대로 사무실, 서고, 탕비실, 상담실이 재현되고 있었고, 공사관계자분들은 이런 일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작업하며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이런 현장이 익숙지 않은 나는 회색 콘크리트 공간이 우리가 보는 내부건물이 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되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공사관계자분이 공사는 설계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 가지 논의가 필요하다셨다. 한 방의 조명이 바리솔로 설계돼있었는데,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결과물이 좋지 않을 거라며 다른 조명을 제안해 주셨다. 공사하는 사람으로서 그 결과물을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울 거 같다셨는데, 수년간의 경험과 의식이 쌓여 나온 프로의식이 느껴졌다. 바리솔이 뭔지도 모르고, 최종 설계가 어떻게 논의됐는지 모르지만, 납득할 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논의를 통해 방에 맞는 적절한 조명으로 교체하기로 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치수를 딱딱 맞춰 기둥과 벽을 세우고, 바닥을 만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모습을 보는데, 일하는 모든 분들이 대단하고 멋지다란 생각이 들었다. 설계도 종이 한 장을 보고 이렇게 만들어내시다니. 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꿈을 현실화시키는 분들이었다.

하나하나에 내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기술들이 녹아들어 가 있었다. 역시 공사장은 완전한 기술직들의 향연이었다.


그렇게 감탄하며 보는데, 공사업체에 설계도면만 오고 디자인이 오지 않아 애를 먹고 계셨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설명을 들으며 왜 엉뚱한 디자인을 이야기하시나 했는데,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거다. 일을 맡긴 쪽도, 공사를 맡은 쪽도 모두 당황스러웠던 상황. 설계업체와 삼자대면을 하면 좋겠단 싶었다. 지금까지는 공사자분들의 경험으로 어찌 진행될 수 있었는데, 더 이상 그들 나름대로 작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우리를 부른 거라 했다. 이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고충을 살짝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바닥재, 벽색, 조명을 선택하고 로고벽에 조명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며 오늘의 점검은 마무리되었다. 지금 선택이 사무실의 전체분위기를 결정짓는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다른 기관 분들과 함께해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은 큰 공사현장을 처음 방문한 날. 짧은 시간이지만, 공사현장에서 많은 일이 발생하고, 시간에 맞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일을 진행시키는 많은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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