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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24. 2023

얘들아, 그래서 트랜스휴머니즘이 뭐냐면;;

『내가 아는 최다미』오동궁 지음/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 김원영

혹시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알고 있으신가요?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혹은 운동을 뜻한다고 합니다.

진짜 단순하게 생각해서 내 등에 로봇 날개를 달아서 날아다닐 수 있다는 생각도 이 트랜스휴머니즘에 해당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더 나아가 잃어버린 팔과 다리를 과학기술로 다시 붙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상상도 해봤습니다. 뇌에 언어를 번역해 주는 특별한 칩을 언어 담당 뇌 기관에 넣으면 모두가 각자의 언어로 말해도 촤르륵 해석이 되는 상상 말입니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그런 능력만 있다면 제가 듀오00으로 스페인어 배워보겠다고 '미뇨르'이러고 있지도 않을 텐데요... 하하

트랜스휴머니즘의 개념을 먼저 탁! 하고 들으면 당장에라도 이 신념을 가지고 과학기술을 발달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인간이 맞닥뜨리는 환경의 제약은 더더욱 없어지고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편하게 살 수 있게 되니까요.

잠깐, 그런데 이 트랜스휴머니즘을 지구상 누구도 다 누릴 수 있을까요? 턱없이 비싼 값 때문에 기술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떡하죠? 설마 핸드폰처럼 돈 많은 사람은 최신형 의족을 착용하는데, 돈 없는 나는 삐그덕 거리고 잘 고장 나는 의족을 차게 된다면요? 아니면 신체가 특정 물질에 거부반응이 있어서 애초에 기술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내가 차고 다니는 의족이나 의체를 지나치거나 무례한 시선으로 쳐다봐서 또 다른 낙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은, 애초에 꼭 누군가가 이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뭐 벌써 이런 미래적인 상상을 하느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곳곳에 트랜스 휴머니즘이 접목된 기술은 존재합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청기나 와우도 이에 속할 수 있을 것이고, 전자 휠체어도 이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다른 사람 폰 번호도 모르고 맨날 깜빡하는 일정도 통 많아가지고 핸드폰을 제 보조기억장치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건... 해당 안될까요...?


오늘은 트랜스휴머니즘을 다룬 청소년 책, 어른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원래 따로 올리려고 했는데 읽고 나니 이건 한 글에 써야 하는 운명의 짝꿍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 엮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의 책은 『내가 아는 최다미』와 『사이보그가 되다』입니다.『』ㄴ』ㅇ내가 아는 최다미』오동궁 지음/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 김원영


『내가 아는 최다미』오동궁지음, 씨드북, 이미지 출처: 알라딘

먼저 청소년 소설책 『내가 아는 최다미』는 주인공 최다미가 큰 사고를 당한 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돌아가신 아빠와 예전에 즐겁게 수영을 했던 멋진 추억을 갖고 있는 최다미는 수영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인해 신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의체를 주문하게 되는데, 비싼 의체 보험을 들어놓지 않은 탓에 보급형 의체를 가지고 생활하게 됩니다. 최신형 의체는 예전의 내 모습과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지만, 보급형 의체는 그야말로 '보급'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보급형 의체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과 외형이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다미의 외형과 같은 의체 모델을 쓰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는 2023만 명, 대한민국에선 5만여 명, 강원도 원주시에는 29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주인공 다미는 도플갱어처럼 같은 모습으로 지내는 사람이 강원도 원주에 29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다미에게 닥친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방수가 안 되는 의체였다는 겁니다. 더 이상 다미는 수영을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수영이 인생의 전부였던 다미에게는 더없는 충격이 아닐 수 없지요. 그렇게 다미는 자신이 좋아하던 수영하는 삶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런 다미에게 은결이라는 친구가 다가옵니다. 아버지가 전 수영 국가대표 선수에다가 잘 나가는 사업가라 은결이는 수영을 할 수 있고, 자신의 본래 모습에서 수영에 최적화된 몸을 지닌 의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좋은 의체를 가진 은결이 어느 날 다미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바로 '의체 바꾸기'입니다. 수영하는 시간 동안 은결이 다미의 몸으로 다니고, 다미는 은결의 몸으로 수영을 하는 것이지요. 다미는 다시 수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흔쾌히 수락하게 되고 둘은 몸을 바꾸며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은결은 왜 몸을 바꾸자고 제안했을까요? 몸을 바꾸며 지내는 다미, 은결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 이야기를 쓴 오동궁 작가는 이 이야기가 하나의 '사고 실험'과 같다고 말합니다. 만약 의체가 생긴다면? 내가 의체로 하는 행동 하나에 큰 자본이 왔다 갔다 한다면? 의체를 가진 사람끼리 대회를 벌인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승리일까, 아니면 그 의체를 만든 회사의 승리일까? 내 외형이 바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대도 '나'라는 사람이 유지될 수 있는 걸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작가가 이야기 전체에 던져놓은 질문들을 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책을 학생들과 함께 읽어보고 작가가 이야기 속에 펼쳐놓은 질문 하나하나를 뽑아 대답하기만 해도 정말 시간은 덧없이 빠르게 지나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하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아이들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유익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생각한 이 책의 장점입니다. 아이들의 미래에는 분명 지금보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삶 속 깊이 들어올 것이고 논의가 많이 되어야 할 의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트랜스휴머니즘과 연결된 자본에 대한 이야기, 윤리의식, 사회적 변화에 대한 답은 뿌옇게 안갯속에 가려진 듯합니다. 그리고 모두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트랜스휴머니즘은 이제 그다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을 같이 근미래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주제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이보그가 되다』입니다.

『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 김원영 지음, 사계절, 이미지 출처: 알라딘

'사이보그'라는 단어는 먼 미래에 쓸 것 같은 단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근처에 다가와 있으며 곧 있으면 우리 옆으로 바짝 붙어있게 될 수도입니다. 우리가 갑자기 장애를 갖게 된다면 말이죠.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장애는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상황 중 하나입니다. 어떤 한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어느 누구든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인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과학기술은 누구에겐 참으로 희망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매혹적인 얘기로 들립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다일까요?

 『사이보그가 되다』는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가 장애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장애와 연결된 기술을 경험한 그들의 경험담, 그 경험에서 나오는 의제들, 이를테면 장애는 정말 그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기술이 맞는가? 억지로 그 사람들을 정상성에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닐까? 장애는 정말 과학기술로만 극복될 수 있는가? 평소 우리 주변이 장애 친화적이었다면? 어마어마한 과학기술이 아니더라도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장애를 극복한 기술을 가진 자를 보는 왠지 모를 불편한 시선은 뭘까? 이것들이 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담론들입니다. 장애와 기술, 자본, 윤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고 더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책으로, 천천히 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에 대한 편견,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책은 가끔 독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던져주어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게 만듭니다. 그 체험을 한 독자는 이젠 더 이상 그 삶에 대해 단편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이 체가 생각하는 책의 큰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이야 말로 독자들에게 그 큰 역할을 이행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위의 두 책이 같은 선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과학기술과 만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 장애에게 친화적인 기술이라고 선보이지만 돈이 많은 사람에게만 친화적인 면, 오히려 기술 때문에 주위에서 더 눈초리를 받게 되는 모습들. 이러한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변화해야 할 것인가. 점점 더 기술과 가까워져 가는 아이들과 같이 『내가 아는 최다미』를 읽어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은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고 아이들을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끌어준다면, 이것이야 말로 연결된 책 읽기, 심화된 독서토론 장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연결된 책 읽기는 한 주제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정말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한번 경험해 보셨음 합니다. 연결된 책 읽기로 한 주제에 대해 더욱 넓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내가 된다? 생각만 해도 참 짜릿해집니다 정말로요.


글이 너무 길어질까 봐 책 두 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고 이 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이 될 것입니다.  다들 한번 잡숴... 아니 읽어보시고 더욱 다채롭고 재미있는 독서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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