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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3. 2023

주변에 귀를 기울이면

『그날 물고기는 죽었다』브리기테 윙거 글, 이기숙 옮김

여러분은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나요? 혹시나 힘들진 않으신지요.

여러분 주변 사람들은 잘 살아가고 있나요? 혹시 평소와 다르게 말수가 줄어들거나 기운이 없는 사람이 있나요? 혹은 평소와 다르게 지나치게 기분이 좋아 보이거나 감정이 격양되어 있는 사람은 있나요?

우리는 참 바쁜 현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 주변 사람들을 다 돌아볼 수 없지요. 우선 나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준비 해야 하고, 바쁘게 출근하면 일해야 하고, 학생이라면 공부하기에 바쁠 것이고, 집에 돌아와 밥을 차려 먹고 나 자신만을 위한 취미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야 할 시간이 됩니다. 주말에는 주중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피곤을 풀겠다며 잠을 자거나 다른 사람들과 신나게 놀기도 하지요. 아니면 집에서 조용히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바쁘게 보내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월요일의 해가 뜹니다. 아... 또 시작이군요.

거기다 우리는 최근 '코로나'라는 큰 팬데믹을 건너왔습니다. 그때는 거의 다른 사람을 만날 겨를이 없었지요. 혹여나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반가움보다는 감염의 위험성을 더 생각해야 하는 힘든 시기를 거쳤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사람들은 서로를 보고 돌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지요.

이렇게 바쁘고 서로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삶 속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는 항상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피해자는 매번 생겨나고 생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혹시 우리 주변에 이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을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큰 폭력을 당한 한 소년과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그날 물고기는 죽었다』입니다.



펠릭스라는 친구는 수영을 아주 잘하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불현듯 수영을 그만두게 됩니다. 요양원에서 바쁘게 일하는 어머니 몰래 수영 클럽에 가지 않게 되지요. 평소 같았으면 수영장에 가야 할 시간에 펠릭스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괜히 어딘가를 떠돌기도 합니다. 그런데 펠릭스 주변에 괴물이 항상 따라붙습니다. 펠릭스가 샤워를 할 때, 타일 틈 사이로 괴물이 비집고 나오는가 하면, 친구들과 있을 때도 불쑥 튀어나와 펠릭스를 곤란하게 합니다. 펠릭스는 그렇게 하루하루 괴물의 괴롭힘 속에서 살아갑니다.

펠릭스에게는 여러 친구가 있습니다. 펠릭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알바'부터 빈스, 아이나르, 유리 등 펠릭스의 여러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평소 펠릭스와 같이 학교에 다니면서 이따금 펠릭스의 이상행동을 보게 됩니다. '수영'이야기를 꺼내면 갑자기 화를 낸다던가, 수영선수인 펠릭스가 갑자기 담배에 관심을 가지는 등의 행동을 보게 되지요. 엄마도 예외는 아닙니다. 바쁜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음에도 아들과의 친밀함을 유지하려 하지만, 아들인 펠릭스는 항상 방으로 들어갑니다.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펠릭스가 쓴 시를 아무렇지 않게 듣고 펠릭스의 이상행동을 그냥 넘깁니다. 이 말과 함께 말이지요.

"한창 사춘기일 때 아닙니까? 사춘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전달합니다.

'폭력에 피해 입은 아이의 행동을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덮지 말아야 한다.'

아동학대는 지금도 끊임없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가정 안에서는 심각한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친근한 아이에게 다가가 성적학대를 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지금 오전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혹은 고단한 하루를 견뎌내고 단잠에 드는 시간, 어디서는 아동을 향한 폭력이 자행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폭력은 기이하게도 피해아동이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을 심어놓기도 합니다. 많은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된 경험을 부끄러워할뿐더러 자신이 이 폭력을 만든 요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입을 열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걸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피해경험은 그들의 마음속에 눌리고 으스러지고 썩어 행동으로 발현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거나,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의 행동으로 말이죠.

이 책에는 펠릭스의 마음, 그의 행동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 서술을 집중해서 읽어주세요. 독서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펠릭스의 아픈 마음과 치유하는 과정에 주목하여 책을 읽는다면, 혹여나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눈에 잘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괜찮은지 말을 걸어주고, 그가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이 행동이 피해 아동에게 큰 손길로 닿을 수 있답니다.


*이 책은 씨드북 출판사의 객원 기자 활동의 일환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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