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않고』스테파니 드마스 포티에 글, 톰 오고마 그림, 이정주 옮
혹시 함께하는 아이들 중에 타인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가 있나요?
아니면 내 아이에게 '연대'라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님 계시나요?
혹은 자신이 하는 선행이 어떤 큰 의미를 지녔는지 모르는 아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스테파니 드마스 포티에가 쓰고 톰 오고마가 그린 그림책 『돌아가지 않고』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는 항상 엄마와 같이 등교를 합니다. 아직 혼자 등교하기 힘든 작은 어린아이입니다. 그리고 항상 가는 등굣길에는 한 여자와 아기가 길에 앉아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봐도 매우 힘들고 가난해 보입니다.
그 거리에는 길에 앉은 여자를 보고 그냥 지나치거나 못 본 척하는 등 여러 사람들이 있겠지요. 이 작은 아이도 그 여자를 못 본 척합니다. 눈을 꼭 감아버려요. 왜냐하면 그 여자와 아기를 보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이야기해 줍니다. 그 여성과 아기가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요. 하지만 아직 세상의 조그마한 한구석만 보고 자라온 아이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말들 뿐이었습니다. '불공정한 사회', '가난', '완전히 비정상적인 사회', '지속적 연대'라는 말들 뿐이었으니까요.
아이는 여자와 아기를 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는 사실이 매우 슬퍼 엄마에게 그 슬픔을 털어냅니다. 그러자 엄마는 마음 여린 아이의 마음을 꼭 안아줍니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는 항상 보는 여자와 아이를 위해 작은 연대를 실천합니다. 그리하여 아이는 자신이 항상 다니는 등굣길에서 슬픔대신 행복을 느끼고, 다시는 그 길을 피해 돌아가지 않게 되지요.
이 책의 아이는 사회로부터 내던져진 '가난한 자'를 그 어떤 여과 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지요. 아이가 미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사회의 단면, 그로부터 퍼지는 감정이 몰려와 아이는 매우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처음에 엄마는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설명해 주지요. 하지만 그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저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의 연속이니까요. 엄마는 혼란스러워하고 슬퍼하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안아줍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대신, 아이와 함께 이 일을 어떻게 헤쳐나가면 될지 같이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아이가 끝내 실천했을 때, 주인공 아이는 어느 누가 열 마디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 더욱 값진 하나의 경험이 알려주는 '연대'라는 단어를 몸소 배우게 되지요.
저는 이 책이 주는 감동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일어나고 마주하게 되는 일을 그저 아이에게 납득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 주고 같이 같이 사회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해보는 것이 그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뭉클해지더군요.
이 책의 주인공 아이가 왜 슬픈 마음이 들었을지 같이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그리고 책을 같이 읽는 어른도, 아이도 그와 비슷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겁니다. 이 책을 같이 읽는 어른이 먼저 경험을 공유해 주면 좋겠지요. 마음이 짠한데 도와주지 못해 슬펐던 이야기를요. 그러면 같이 읽는 아이도 자신의 경험 혹은 이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아이가 이와 관련된 경험이 없어도 같이 읽는 어른이 이 주인공이 왜 슬픈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차분히 해석해 주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각 가정에서 아마 작은 선행을 아이와 함께 실천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거나, 아이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직접 도와주었던 경험 같은 것들이요. 이 책을 읽고 '우리도 이런 선행 같이 해보았지?' 하면서 선행과 연대의 경험을 아이가 떠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자신의 경험과 선행, 연대라는 단어를 연결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자신의 그러한 실천을 떠올리고 뿌듯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자신의 행동이 그저 작은 행동이라 의기소침해지는 아이가 있을까요? 그러면 이 책을 함께 읽고 아이가 행하는 작은 행동이 얼마나 깊은 가치가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아도 좋겠습니다. 어떤 행동이든 의미가 없는 것은 없고, 어른의 행동만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작은 행동이 타인과 사회에 얼마나 큰 의미를 주는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이의 사회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아이가 마지막에 건네는 연대의 손길이 아직도 마음에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가끔 나의 조그마한 사회를 위한 행동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이 그림책 마지막 부분 한 장면이 아마 저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씨드북 출판사의 객원 기자 활동의 일환으로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