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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Dec 14. 2020

5번 떨어지니, 이제 좀 불타오르네

글쓰기 공모전 5번 낙방 후기

오늘은 12월 14일

한 주가 시작되는 상쾌한 월요일.

공모전에서 5번째 떨어졌다.


답답한 현실과 마음에

뭐든 써보기로 작정한 귀국후부터

글을 한번 꾸준히 써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공모전에 도전했다.


7월부터 12월까지

이제껏 총 5번의 글쓰기 공모전에 도전했다.

(이번 달엔 올해 마지막 공모전을 준비중이다.)


다 떨어졌다.

내심 기대했는데.


글재주는 없지만

뭐라도 끄적여대며 20대를 보내왔으니

그래도 기본은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결과를 보니 나의 글솜씨는

아직 기본도 안 되어 있단 걸 알았다.


총 5번 떨어져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뭔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잔잔히 용솟음치는

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뜨거운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열 받은 걸 수도)

오기인가.

분노인가.

이상한 힘이 느껴진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도전해볼 생각이다.

나를 얼마나, 몇번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지

알 때까지 도전해볼 생각이다.

훗.

두고 봐.


그런 상쾌한 각오를 다지며

지난 5번의 글쓰기 공모전에 대한

소회를 남겨본다.





1.

제일 먼저 도전했던 건

브런치에서 진행된

<나도 작가다> 공모전이었다.


주제는 '시작'

당신의 '시작'을 들려달라기에

공모전 덕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장황하게 써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낙방이 '시작'돼 버리고 말았다.


출처 : 브런치


우연히 발견한 이 공모전은 내게

글을 꾸준히 한번 써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떨어진 게 열받았는지)


고마운 도전이었다.

깔끔하게 떨어졌지만.


귀국 후에

처음 쓴 브런치 글이자,

첫 공모전 출품작이었던 글이다.

(굳이 읽어 볼 필요는 없다.)




2.

두번째도 같은 공모전이었다.


2번째는 '실패'를 들려달랬다.

그래서 첫 번째 공모전을 '실패'한 것부터

신나게 떠들었다.


아주 그냥

'내 인생이 전반적으로 다

완전히 실패였습니다.'

(전혀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러나 전.

이제 다시 일어섰습니다 !'


라고 분위기 잡으며

있어 보이게 썼던 것 같다.


역시 떨어졌다.

좀 더 처절하게 썼어야 했는지

허세를 떨지 말았어야 했는지

너무 찌질했던 건지

아님 글이 또 길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도 작가다>는

총 3회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2번째 공모전에서도 낙방한 뒤,

3번째는 승질나서 때려쳤다.

유종의 미를 기대하며

마지막 도전을 계획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핑계)


그때 쓴 글이다.

(읽지는 마시라.)



3.

다른 공모전에 도전했다.

<남양주 북택트 독후감 공모전>


매번 공모전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지역 독후감 공모전이 꽤 있었다.

이걸 고른 이유는

내가 남양주 사니까.



아주 솔직히

정말 솔직히

이번엔 좀 기대했다.


전국구 경쟁도 아니고

지역 내 경쟁인데,

서울도 아니고,

남양주인데

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남양주시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잠깐 뭔가에 취해있었다.

근자감이라는

내게 아주 유해한 무언가에.


그저 난

내가 사는 동네가 서울보단 작은

공기가 아주 좋은 그런 곳이니

좀 더 쉽지 않을까

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또 떨어졌다.

난 일반부에 접수했는데

대학생을 포함한 총 3명이

일반부 수상자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양주시의 인구는 71만.


내가 사는 동네는 작지 않았다.




4.

<좋은생각 제5회 청년이야기대상>


<좋은 생각>


예전에

은행이나 공공기관 같은 곳에 비치된

(가끔 미용실에서 대기하며 읽기도 했던)

작은 책 거치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던

그 조그만 잡지.


옛날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접수해봤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했다.

그래서 들려줬다.

난 아직 청년이고,

그래서 내가 하는 무슨 말이든

청년의 이야기가 되므로

막 썼다.


<좋은 생각>에 보내는 거니까

생각나는 모든 좋은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써봤다.


그리고 떨어졌다.

이땐 충격이 좀 컸다.


수상자가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입선까지 해서

총 100명이었는데

그 안에 내 이름은 없었다.


난 더 이상

좋은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됐다.




5.

<환경부 우수 환경도서 독후감 공모대회>


환경에 관심이 많다거나

아는 게 많아서 접수한 건 아니었다.

그저 가장 무난해보였다.

정부 부처의 주최로

상금도 큰 공모전이었다.

(돈을 따라가면 망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선정 도서 목록을 훑으며

책을 고르는 것부터 일이었다.


16년 우수환경도서 80권

18년 우수환경도서 100권

20년 우수환경도서 105권


환경부는

"이중에 마음에 드는 거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써"

라고 했다.

아마 공모전의 취지가

참가자로 하여금 저 많은 책들을 살피어

홍보하고 구매하려는 수작인 것 같았다.


우선 환경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제일 만만한 분야인 '중고'를 택했다.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박현선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중고에 일가견이 좀 있었고,

특별한 환경지식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책이었다.


그렇게 또 떨어졌다.

오늘.


역시 세상은 만만한 게 없다.

뭐든.




5번을 떨어지고 얻은 교훈이 있다.

생각보다 값진 것이라 여겨진다.


우선

'내가 글을 잘 못 쓴다'

는 사실을 명백히 알게 됐다.

쥐뿔도 못 쓰면서 허세만 들어가지고

이제껏 내가 뭔가를 좀 쓰는 인간인 줄 알았다.


현실을 명확히 직시하고 나니

가야 할 길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역시 인생의 가장 값진 스승은

'경험'이다.

그중에서도

'실패'가 갑인 것 같다.


그 다음엔

합격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이전까진 '5번 하면 한 번은 붙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붙을 때까지 써봐야겠다.'

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글을 잘 쓰지도 못 하는데

합격에 걸맞는 잘 쓴 글을 쓰려고 했으니

글 같은 글이 나왔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젠

잘 쓰려하지 않고,

제대로 써보려 한다.




후기마저 장황한

나의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재미가 있건, 교훈이 되건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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