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모전 5번 낙방 후기
오늘은 12월 14일
한 주가 시작되는 상쾌한 월요일.
공모전에서 5번째 떨어졌다.
답답한 현실과 마음에
뭐든 써보기로 작정한 귀국후부터
글을 한번 꾸준히 써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공모전에 도전했다.
7월부터 12월까지
이제껏 총 5번의 글쓰기 공모전에 도전했다.
(이번 달엔 올해 마지막 공모전을 준비중이다.)
다 떨어졌다.
내심 기대했는데.
글재주는 없지만
뭐라도 끄적여대며 20대를 보내왔으니
그래도 기본은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결과를 보니 나의 글솜씨는
아직 기본도 안 되어 있단 걸 알았다.
총 5번 떨어져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뭔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잔잔히 용솟음치는
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뜨거운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열 받은 걸 수도)
오기인가.
분노인가.
이상한 힘이 느껴진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도전해볼 생각이다.
나를 얼마나, 몇번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지
알 때까지 도전해볼 생각이다.
훗.
두고 봐.
그런 상쾌한 각오를 다지며
지난 5번의 글쓰기 공모전에 대한
소회를 남겨본다.
1.
제일 먼저 도전했던 건
브런치에서 진행된
<나도 작가다> 공모전이었다.
주제는 '시작'
당신의 '시작'을 들려달라기에
공모전 덕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라고 장황하게 써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낙방이 '시작'돼 버리고 말았다.
우연히 발견한 이 공모전은 내게
글을 꾸준히 한번 써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떨어진 게 열받았는지)
고마운 도전이었다.
깔끔하게 떨어졌지만.
귀국 후에
처음 쓴 브런치 글이자,
첫 공모전 출품작이었던 글이다.
(굳이 읽어 볼 필요는 없다.)
2.
두번째도 같은 공모전이었다.
2번째는 '실패'를 들려달랬다.
그래서 첫 번째 공모전을 '실패'한 것부터
신나게 떠들었다.
아주 그냥
'내 인생이 전반적으로 다
완전히 실패였습니다.'
(전혀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러나 전.
이제 다시 일어섰습니다 !'
라고 분위기 잡으며
있어 보이게 썼던 것 같다.
역시 떨어졌다.
좀 더 처절하게 썼어야 했는지
허세를 떨지 말았어야 했는지
너무 찌질했던 건지
아님 글이 또 길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도 작가다>는
총 3회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2번째 공모전에서도 낙방한 뒤,
3번째는 승질나서 때려쳤다.
유종의 미를 기대하며
마지막 도전을 계획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핑계)
그때 쓴 글이다.
(읽지는 마시라.)
3.
다른 공모전에 도전했다.
<남양주 북택트 독후감 공모전>
매번 공모전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지역 독후감 공모전이 꽤 있었다.
이걸 고른 이유는
내가 남양주 사니까.
아주 솔직히
정말 솔직히
이번엔 좀 기대했다.
전국구 경쟁도 아니고
지역 내 경쟁인데,
서울도 아니고,
남양주인데
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남양주시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잠깐 뭔가에 취해있었다.
근자감이라는
내게 아주 유해한 무언가에.
그저 난
내가 사는 동네가 서울보단 작은
공기가 아주 좋은 그런 곳이니
좀 더 쉽지 않을까
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또 떨어졌다.
난 일반부에 접수했는데
대학생을 포함한 총 3명이
일반부 수상자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양주시의 인구는 71만.
내가 사는 동네는 작지 않았다.
4.
<좋은생각 제5회 청년이야기대상>
<좋은 생각>
예전에
은행이나 공공기관 같은 곳에 비치된
(가끔 미용실에서 대기하며 읽기도 했던)
작은 책 거치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던
그 조그만 잡지.
옛날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접수해봤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했다.
그래서 들려줬다.
난 아직 청년이고,
그래서 내가 하는 무슨 말이든
청년의 이야기가 되므로
막 썼다.
<좋은 생각>에 보내는 거니까
생각나는 모든 좋은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써봤다.
그리고 떨어졌다.
이땐 충격이 좀 컸다.
수상자가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입선까지 해서
총 100명이었는데
그 안에 내 이름은 없었다.
난 더 이상
좋은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됐다.
5.
<환경부 우수 환경도서 독후감 공모대회>
환경에 관심이 많다거나
아는 게 많아서 접수한 건 아니었다.
그저 가장 무난해보였다.
정부 부처의 주최로
상금도 큰 공모전이었다.
(돈을 따라가면 망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선정 도서 목록을 훑으며
책을 고르는 것부터 일이었다.
16년 우수환경도서 80권
18년 우수환경도서 100권
20년 우수환경도서 105권
환경부는
"이중에 마음에 드는 거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써"
라고 했다.
아마 공모전의 취지가
참가자로 하여금 저 많은 책들을 살피어
홍보하고 구매하려는 수작인 것 같았다.
우선 환경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제일 만만한 분야인 '중고'를 택했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중고에 일가견이 좀 있었고,
특별한 환경지식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책이었다.
그렇게 또 떨어졌다.
오늘.
역시 세상은 만만한 게 없다.
뭐든.
5번을 떨어지고 얻은 교훈이 있다.
생각보다 값진 것이라 여겨진다.
우선
'내가 글을 잘 못 쓴다'
는 사실을 명백히 알게 됐다.
쥐뿔도 못 쓰면서 허세만 들어가지고
이제껏 내가 뭔가를 좀 쓰는 인간인 줄 알았다.
현실을 명확히 직시하고 나니
가야 할 길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역시 인생의 가장 값진 스승은
'경험'이다.
그중에서도
'실패'가 갑인 것 같다.
그 다음엔
합격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이전까진 '5번 하면 한 번은 붙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붙을 때까지 써봐야겠다.'
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글을 잘 쓰지도 못 하는데
합격에 걸맞는 잘 쓴 글을 쓰려고 했으니
글 같은 글이 나왔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젠
잘 쓰려하지 않고,
제대로 써보려 한다.
후기마저 장황한
나의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재미가 있건, 교훈이 되건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