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6.25는 '북침'이었다
한국에 와서 깜짝 놀란 것이 있다. 국군포로에 대한 인식이었다. 북한과는 너무도 달랐다. 조국을 위해 총을 잡았다가 북한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영웅들로 대우하고 보로금도 드린다. 이와 반면 북한에서는 북한군 포로들을 반역자나 변절자, 심지어는 미국과 한국의 임무를 받은 간첩으로 여기는 경향이 농후하다.
출처: 연합뉴스
심지어 북한군 내무규정 가운데는 “인민군 군인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혁명적 절개와 비밀을 끝까지 지키며 적에게 절대로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 살아서 포로가 되는 것 자체가 적에 대한 투항변절행위라는 것이다. 결국 당과 수령에 대한 배신, 조국과 인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런 억지로 북한은 6.25전쟁 때 돌아 온 북한군 포로들을 “귀환병”이라 부르며 냉대했다. 그들은 탄광과 농촌 등 제일 힘들고 어려운 생산현장으로 쫓겨 갔다. 본인은 물론 그 자식들마저 노동당 입당도 할 수 없었고 정치적, 사회적 불이익을 받았다. 그래서 귀환 포로병들이 땅을 치며 후회했다는 것이다. 자식들 앞길까지 막을 줄 알았으면 아예 죽든지 한국에 남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6.25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들이 서로 골육상쟁을 벌였다고 한다. 친공포로들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골육상쟁을 벌이고 목숨 건 폭동까지 일으키며 돌아간 '조국'에서 그들에게 차례진 것은 냉대뿐이었다.
출처: 새거제신문
거제도는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수용소가 있던 곳으로 북한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거제도에 오늘은 세계 정상급의 조선소가 우뚝 서있다. 포로수용소가 있던 벌판에서 대양을 누비는 대형선박들이 건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조선업은 세계 1위를 달린다. 한국 조선업이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시 활황을 맞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라도 먼 훗날 북한군 포로병들이 통일 된 후 거제도에 와볼 수 있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그들도 결국은 북한 체제의 희생물이다. 북한 지도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웠고 그래도 조국이라고 돌아갔는데 고생했다고 다독여 주기는커녕 '믿지 못할 자', '투항변절자'로 몰아 구박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 곳이 바로 북한이다. 모든 것이 거꾸로 돼 있고 도저히 진실과 상식을 구분할 수 없는 곳, 자유와 인권의 불모지가 바로 북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