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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amI Aug 26. 2020

17. 내 자식 키우는 건 안 힘들다고?

초보 엄마


엄마가 된 지 60일 째다.

내 딸은 귀엽고 이쁘지만 날 힘들고 슬프게 만든다.

육아는 한마디로 ‘대환장 파티’다! 지금까지는...


조리원을 나오고 정말로 밤새 자본적이 없다.

그러니깐 60일째 새벽에 깨서 아기 수유를 하고 다시 재우기를 하고 있다.


50일이 지나 이제는 새벽에 한 번만 깨면 되지만, 그전까지는 수시로 깨서 수유하고 재우고 무한반복이었다.


요새 나의 하루는 오롯이 아기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아침 7시 30분 - 8시 사이 아기가 기상을 한다. 우리 집에서 가장 빠른 기상시간이다.

그러면 모닝 응가를 시작으로 분주하게 시작된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먹이고 열심히 트림을 시킨 다음 잠깐 놀아주면 지옥의 잠재우기 타임!


나는 엄마가 될 때까지 몰랐다. 아기는 잠자는 호르몬이 없어서 배 채우고 재워야 잔다는 것을...

단순히 아기들은 먹고 자고만 하는 줄 알았다. 이놈의 잠재우는 게 가장 힘들다.


이 패턴을 대략 5번 정도 하면 남편과 목욕을 시키고 재우면 하루가 지난다.


마치 끝이 없는 열차를 탄 기분이다.

영화 ‘설국열차’에 탄 승객의 기분도 이랬을까? 그저 창밖으로 바뀌는 계절과 날씨를 바라만 보며 나의 삶은 똑같다.


내 나름대로 힘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빨리 회사 다니고 싶고, 다시 예쁘게 꾸며서 핫플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거나 남편과 데이트도 하고 싶다.


우선 잠을 푹 오래 못 자는 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

몇 주전이었다.

그 당시는 새벽에 수유를 더 자주 하던 시절이었다.

아기의 배고파서 낑낑대며 깨는 소리에 일어나서 젖을 물리고, 평소와 같이 한참을 토닥토닥해주고 침대에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눈을 뜨고 안아달라고 난리였다.


재우고 눕히기는 얼마나 많이 반복했을까... 육아가 시작된 이후로 매일같이 아픈 팔과 팔목 발목은 욱신거리고 그나마 지금이라도 자야 하는 잠도 못 자고 나도 짜증이 올라왔다.


빨리 재우고 나도 침대에 눕고 싶은 내 마음도 모르고 두 시간 넘게 잠들었다가 깨서 칭얼거림이 반복되었다.


분명 밖에 어두웠는데 동이 트고 있었다.

내 손에 들린 아기와 창밖을 보니 내 처지가 뭔가 싶어 눈물이 났다.

나도 모르게 아기에게 짜증을 냈다


그 소리에 놀란 남편은 거실로 다급히 나와서 울고 있는 나와 아기 둘 다 다독여줬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니깐 당연한 걸 알면서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내가 속상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동이 터도 날이 밝아도 이 일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날이 밝았다고 누가 와서 교체해주고 날 쉬게 해주지 않으니깐...


어른들은 다들 나에게 ‘내 자식이니깐 안 힘들고 키우는 거야~’, ‘힘들어도 아기 크는 거 보면 재밌어~’

그리고 수많은 육아서적에 적혀있는 ‘힘들지만 아기의 배냇짓 웃음을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져요’


하아... 정말 가상소설의 한 소절 같은 소리다.


우선 내 몸이 힘드니 가끔 미칠 거 같다.

잠을 제대로 못 잔다는 게 이렇게 사람을 날카롭게 만든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아기 눈치 보며 잽싸게 밥 먹는 것도 지친다.


육아 선배인 내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다.

“너무 예쁜데 힘들어”


딱! 맞는 말이었다.


오늘도 나의 피로는 모른 채 낮잠은 무조건 나의 상체 위에서만 자려고 하는 딸을 바라보며

그래, 10달 동안 뱃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편히 지내다가 갑자기 똥 도싸고 방귀도 뀌어야 하고, 배고프면 밥 달라고 알리고 먹어야 하고, 잠도 누가 재워줘야 자야 하는데 급격히 성장까지 해야 하다니, 너도 고생이 많고 기특하다.


넌 너 할 일을 잘 해내고 있구나, 엄마도 힘내 볼게 하며 마음을 다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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