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존중
나는 대한민국 여자로 살아오면서 사춘기 학창 시절부터 성교육 시간에 피임에 대해 교육을 참 많이 받았다.
교육뿐 아니라 주위에서 다들 피임은 철저히 해야 하고 가임기라는 이런 생리주기 중요치 않다, 여자는 1년 365일 가임기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많이도 들었다. 아무리 콘돔을 사용해도 임신 가능성은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런 교육? 지식? 배움? 속에 나도 피임은 정말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다. 성인이 되고 연애를 하며 자연스레 연애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가지게 되면 피임은 필수였고, 콘돔을 원치 않는 이기적인 남자들의 변명은 결국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왜 남녀 커플이 사랑을 나누는데 온전히 여자만 불안감을 떠안아야 하는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나의 의견을 떳떳이 말했다.
결혼을 하고서도 남편과 나는 당장에 2세 계획이 없기에 당연히 철저한 피임을 하며 부부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건 결혼하고 나니 다들 피임을 말린다.
“피임을 오래 하면 그만큼 자연 임신이 안된다. 그러니 지금부터 피임을 하지 말고 아기가 언제 생길지 모르니 저절로 생기게 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이 진짜 인지 너무 궁금해서 과학적인 증거를 찾아보았지만, 그저 속설에 지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런데 불편한 건 처음 보는 어른들 조차 나에게 피임을 하지 말라고 하신다.
결혼하고 몇 달 뒤 시댁 가족 행사가 있었다. 누군가의 고희연이었고 정말 많은 식구들이 와있었다. 결혼 후 처음 가족모임에 나간 나에게 모두들 한 번쯤 관심을 두셨다.
대부분 어른들이 우리 결혼식에 오셨지만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고, “결혼 이후 처음이네~ 그날 제대로 인사도 못했지? 반갑다”라는 인사가 줄을 섰다. 그리고 이런 인사 뒤 처음 보는 어른들이 모두들 나에게 “애기는? 아직 계획 없다고? 피임하지 말아라 그게 안 좋다더라”라는 말을 다들 하셨다.
아니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적으로 개방적인 나라였나?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성적인 주제는 쉬쉬 하는 분위기인데 나에게 왜 이러지?
처음에 들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옆에 시부모님도 계시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이 상황에 우리 부부에게 “피임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몇 번 듣는 것인가...
이 날 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친정엄마도 똑같이 말하였다. 내가 아무리 부모님과 가까이 지내고 특히 엄마에게는 미주알고주알 수다 떨고 같이 데이트도 즐기지만, 엄마에게 유일하게 숨기는 게 남자, 연애 문제였다.
엄마는 세대에 반해 오픈 마인드였던 우리 엄마도 이성적인 문제에는 옛날분이 되셨다. 그런 엄마랑 피임 이야기를 하다니 당황스러웠다.
그래 어른들이 뭘 걱정하는지 안다. 주위에서 임신이 쉽지 않은 부부들이 늘어나고 우리 나이도 30대이고... 걱정되는 게 무엇인지 알지만 우리에게도 인생계획이란 게 있다.
아무리 남자가 더 경제적인 책임감과 가장의 무게가 크다지만 나도 돈을 번다. 내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알바를 하는 게 아니라 4대 보험을 내고 회사의 한 구성원의 정규직으로 일을 한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있고 나도 인사고과는 중요하다. 당장 몇 달뒤 연말 보너스가 어떻게 나오느냐는 나에게 달렸다.
내가 없어지면 바로 채용될 인력은 회사밖에 줄을 섰고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
또 우리 부부의 계획도 있다. 이미 끊어놓은 장기 휴가 티켓 둘이서 버는 수익 안에서의 단기계획, 장기계획도 있다. 왜 다들 이런 여자의 사회적인 입장과 온전히 부부만의 계획은 알아주지 않는 걸까?
제발 부부 피임 문제는 2세 계획은 부부만의 결정에 맡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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