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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Nov 03. 2021

신해철, ‘해’에게서 ‘소년’에게 (1)

쓰기에 앞서

밥 딜런이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을 때, 꽤나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문학상’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제로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의미 없는 논란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노래란 본질적으로 문학의 한 갈래이기 때문이다. 


굳이 문학의 역사를 끄집어낼 것까지도 없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실어 시(詩)를 지었고, 거기에 음률을 덧붙여서 노래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운문이란 애초부터 노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노랫말이 문학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애당초 의미가 없다. 노랫말이 문학이 아니라면, 인류 문학의 절반가량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리고 문학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신해철이 지은 노랫말을 살펴보는 건 그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히 적절한 방법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신해철이 걸어온 삶의 역정이나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 논할 생각이 없다. 그럴 깜냥도 없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건, 그가 남긴 노랫말을 통해 신해철이란 사람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신해철은(물론 그 자신은 전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적에 인격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모로 꽤나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철이 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굳이 시간과 심력을 들여가며 이런 일을 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지겨우리만큼 길고 장황한 미괄식 글은 천대받기 마련이다. 그러니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결론부터 내릴 필요가 있겠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신해철은 일평생 자신이 소년이기를 바랐던 사람이었다고. 


소년이란 완성되지 못한 어른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모순된 존재다. 가슴 한편으로는 정의감과 열정을 품고 있지만, 반대편으로는 치기와 미숙함을 끌어안고 있다. 신중함이 부족한 탓에 종종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도, 동시에 남다른 끈기가 있어 다시 일어나 달리기 마련이다.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는 솔직하고 순수한 존재지만, 그건 한편으로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잠자리의 날개를 뜯어내는 잔인한 순수함이기도 하다.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도 꿈을 향해 기꺼이 온몸을 던지지만 때로는 그 방향이 어긋난 경우도 다반사다. 


내가 아는 신해철은 그런 인물이었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조차 여전히 소년의 마음을 간직한 사람이었고, 서른을 넘어 마흔이 되어서도 여전히 꿈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에 품고 좌충우돌 살아간 사람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평생토록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었고, 그러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이 글은 감성적인 글, 생각보다 좀 더 감성적인 글, 21세기의 기준으로는 낯부끄러울 정도로 감성적인 글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러한 20세기 말엽의 감성에 적응하지 못할 사람은 지금이라도 이 글을 읽지 않기를 권한다. 지금은 21세기이고 지난 세기말에 격동했던 감성들은 이미 구닥다리가 되어 옷장 구석 어딘가에 처박힌 지 오래 된 까닭이다.  


하지만 그런 감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물리적인 나이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여겨지는, 심지어 아직까지도 꿈이라는 단어에 희미한 동경심을 느끼는 그런 철부지 어른이들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 글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향후 목차>

-1989-1991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나에게 쓰는 편지 / 길 위에서

-1992-1994 : 아버지와 나 / 영원히 / 껍질의 파괴 / The Dreamer / The Ocean 

-1995-1997 : 세계의 문 / 아가에게 / Hope / 해에게서 소년에게 / The Hero

-1998-2000 : It's Alright / 매미의 꿈 /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 민물장어의 꿈 / Friends

-2001-2008 : 아! 개한민국 / 서울역 / 힘을 내! / 증오의 제국 / 개판 5분전 만취 공중해적단 

-2009-2014 : Goodbye Mr.Trouble / 단 하나의 약속 / Welcome To The Re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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