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셋째날)
어제의 그린투어에 이어 오늘은 레드투어를 뛰었다. 몇몇 사람들은 어제 본 얼굴들이었다. 뭔가 불평불만이 많은 아저씨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나름 사이좋게 다니는 4인 가족과, 한창 좋을 때로 보이는 커플 등등. 나처럼 혼자 여행을 온 남자도 둘이나 더 있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나를 포함한 세 남자들은 서로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레드투어 내내 돌을 보고 또 보았다. 낙타바위를 보고, 돌로 만들어진 성을 보고, 돌이 침식된 버섯바위를 보았다. 돌을 파고 들어간 집과 교회도 보았다. 나는 만족스러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불평쟁이 아저씨가 앞으로 십 년 동안은 돌을 안 봐도 되겠다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글쎄,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법이니까.
하지만 레드투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중간에 들른 가죽제품 가게였다. 세상에나 관광객들을 데려다 놓고서는 모델 몇 명을 런웨이에 세워서 십오 분짜리 가죽 옷 패션쇼를 벌이는 게 아닌가. 퀄리티가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공짜로 보기에는 꽤나 황송하기까지 한 공연이었다. 물론 그 후에 반강제로 보게 된 가죽 옷들의 가격은 또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투어가 끝난 후 시간이 애매해서 커피를 마셨다. 한국에서처럼 하루 석 잔을 꼬박꼬박 마시고 있는데, 튀르키예 전통 방식으로 우린 커피가 생각보다 맛있는 탓이다. 가루를 냄비에다 넣고 끓여서 만드는 튀르키예 커피는 커피가루가 둥둥 떠다니고 잔 바닥에도 잔뜩 가라앉을 정도다. 덕분에 꽤나 쓰지만 그게 또 매력이다. 그걸 먹다 보면 어째서 튀르키예가 달콤한 디저트로 유명한 나라가 되었는지 알 것도 같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도 여전히 시간이 애매한 탓에 지금, 거리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폰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잠시 후면 저녁을 먹고, 와인을 두어 잔 마시고, 그러고는 20:10에 출발하는 데니즐리행 야간 버스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그때까지의 시간을 나는 기분 좋게 낭비하고 있다. 여행의 진짜 재미는 이렇듯 시간을 보람차고 즐겁게 낭비하는 데 있는 것이라고,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