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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야간버스의 고단함

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여백3)

by 글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고단한 중년 가장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클 드 산타 씨는 일찍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I'm gettin' too old for this nonsense."


나도 그렇다.


괴레메에서 데니즐리까지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 것은 차비를 절약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한 번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은 대체로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의자는 일견 편안해 보였지만 사실 무척이나 불편했다. 앞에 앉은 튀르키예 아저씨는 밤새도록 축구 중계를 틀어놓았고, 기사 아저씨는 끊임없이 대화와 기침을 반복했다.


나는 그 불편하다는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도 눈을 한 번 감으면 대여섯 시간씩 잘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데니즐리행 야간버스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삼십 분마다 한 번씩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했고, 새벽 세 시가 넘어서는 그마저도 포기해버렸다. 내게 위로가 된 것은 자식 셋과 아내를 건사하면서 같은 버스에 타고 같은 곳에서 내렸던 내 나이 또래 아저씨의 쾡한 얼굴뿐이었다. 나는 야간버스에 타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내일은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향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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