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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가도 카파도키아에는 모래가 가득

사진 한 장 짜리 카파도키아 여행 (여백2)

by 글곰


카파도키아의 바위들은 대부분 용암 분출로 만들어진 응회암이다. 다시 말해 잘 부서지고 침식되어 금방 모래로 변하는 바위라는 뜻이다.


그래서 카파도키아는 온통 모래로 가득 차 있다. 차를 타고 괴레메 마을을 빠져나가면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연갈색 모래와 바위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모래의 거친 냄새가 코 안을 간질였다. 종종 바람이 불어오면 이내 모래바람이 되어 주위를 휩쓸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입 속에서 자그락거리는 모래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검은색 바지와 신발은 희뿌연 모래먼지로 뒤덮여 본래 색깔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모래. 모래. 어딜 가도 모래였다.


심지어 숙소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카파도키아 숙소 대부분이 그렇듯 내가 묵은 곳도 이른바 케이브 호텔이었다. 응회암으로 된 숙소 내벽은, 과장을 약간 보태자면 손톱으로 긁어도 부스러져서 모래가 흘러내리는 지경이었다. 어딜 가도 모래를 피할 곳이 없었다. 나는 혹시 내가 사막에라도 온 것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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