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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Aug 19. 2024

남편은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

드디어 이혼_1

칼질하는 소리와 끓는 냄비 스팀만 가득한 주방, 창문 너머로 저녁노을이 부엌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고요한 순간을 즐기려던 찰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 지창이 퇴근했다.


세화는 몸이 경직되며 칼을 놓쳤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가슴속에서 격렬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려 했지만, 호흡이 거칠어지고 얕아졌다.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


“왜 이러지…”


세화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손을 가슴에 얹어 심장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두근거림이 심해졌다.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온몸이 떨려왔다.

그녀는 냉장고 문을 잡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남편의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면서 공포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어이, 나왔어.”


지창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세화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그녀의 심장은 마치 폭발할 것처럼 뛰고 있었고, 호흡은 여전히 어려웠다.


세화는 요새 너무 피곤한가 싶은 마음에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창은 세화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또 왜 이래? 종일 집에서 놀면서 뭐 그리 죽을 상이야. 참 나, 언제 철들래?"


지창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례했다.


세화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맺혔지만,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미 말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안다. 남편의 말은 항상 강하고 단호했다.


그의 가부장적 태도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고, 그녀는 점점 더 무력감을 느꼈다.


"남편은 아주 밖에서 아주 몸이 부서저라 일하고 들어왔는데 집에서 노는 사람이 이렇게 죽을 상을 하고 있어서야 원."


세화는 가슴속에서 억눌린 한숨을 내쉬었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미안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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