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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Aug 26. 2024

노인들도 자립을 배워야 해

드디어 이혼_3

"세화야, 정말 미안한데 며칠만 우리 집에서 나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세화 친정엄마 전화였다. 혼자 산지 벌써 10년이지만 세화나 세화 오빠에게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한 적 없는 분이다. 그런 엄마의 첫 부탁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친정 좀 다녀올게요. 엄마가 팔을 다치셔서 아무것도 못하시나 봐."


지창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연신 헛기침만 하다가 떨떠름하게 말을 잇는다.


"노인네들이 뭐 다 그렇지. 그래서 언제 올 건데? 내 밥은?"


정말 지겹다. 30년간 차려준 밥 아니면 제 손으로는 밥 한 끼도 못 차려먹을 인간. 여든 살 넘은 장모가 처음 청한 도움 앞에서 형식적으로나마 괜찮냐고 물어볼 센스조차 없는 남자일까.


"카레랑 짜장 한 팩씩 해놨어요. 제육볶음도 90프로 익혔으니 먹을 때 10분만 더 익히면 돼. 그것까지 다 먹으면 냉동실 미역국 냉장실에 옮겨놔요. 퇴근하고 데워먹으면 딱 될거야. "


"쩝, 그래. 알았어. 근데 말야. 요즘 세상에선 노인들도 자립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 우리 엄마도 혼자 사는데 누구 오라 가라 안 하잖아?"


세화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당신 잘난 재테크 때문에 하루아침에 월세살이 하는 어머님이 나까지 오라 가라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우리 엄마가 매일 오라 가라 했어?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그것도 다쳐서 어쩔 수 없이!"


뱉어놓고도 세화도, 지창도 놀랐다. 세화가 이렇게 막힘없이 생각을 쏟아놓는 게 처음이라 그랬다. 벙쪄 있는 지창을 두고 세화는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심장이 다시 쿵쿵거리면서 숨이 가빠졌다. 심호흡을 하려고 깊은숨을 들이마셨지만 폐까지 공기가 닿지 않는 느낌, 익숙하지만 언제나 적응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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