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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Sep 23. 2024

이 집, 너 가져

드디어 이혼_9

세화는 친정집 거실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방 안 가득 남은 엄마 향기에 세화는 더 파묻히고 싶었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엄마의 목소리가 집안의 고요함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며칠 전만 해도 함께 카레를 끓이며 웃던 장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양파를 잘게 썰어야 맛있지, " 엄마는 손끝으로 비밀을 전수하듯 말했고, 세화는 그 손길을 따라 하며 함께 웃었다.


세화는 그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또 울었다. 집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공허함이 그녀를 잠식했다.


영숙의 장례식을 위해 일본에 사는 세화 오빠 세훈이 급히 귀국했다. 세훈은 6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풍채를 유지하고 있었다. 180cm의 키와 넓은 어깨 덕이었다.


세훈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 자체로도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주었다.


세훈의 탄탄한 풍채와 밝은 표정은 지창의 피로에 찌든 얼굴과 선명히 대비되었다. 지창의 초췌한 모습과 무거운 눈빛은 세훈 옆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세훈의 온화한 미소와 지창의 무뚝뚝하고 굳어버린 인상이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장례식이 끝나고, 세훈은 조용히 세화를 옆으로 불렀다.


"엄마가 남긴 적금이 있어. 5천만 원인데, 이건 내가 맡아 관리할게."


세훈은 잠시 멈추고, 세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부의금으로 장례식 비용 다 냈는데도 400만 원 남았어. 이거랑 엄마 집은 네가 가져. 아무 조건 없어. 엄마가 널 위해 남겨둔 거야."


세화는 놀란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세훈은 미소를 지으며 어린아이 달래듯 세화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엄마는 늘 네가 안정되길 바랐잖아. 이 집이 너에게 그 안정을 줄 거야."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때 지창이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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