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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복 도토리 Oct 23. 2024

인사팀과 같이 살기: 권태로의 초대

#7 양손잡이형 리더십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노래가 좋다고 말했더니, 그거 청혼곡이잖아- 라는 엄마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주 여러 번 들었던 노래였음에도 가사를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매일 똑같은 나의 일상에 그대를 초대하는 내용은 과연 청혼이었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노래 가사처럼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는 나의 일상 속에 상대를 초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상은 '너와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진다.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일상으로의 초대', 신해철



나의 일상과 상대의 일상을 퍼즐 맞추듯 끼워 넣으며, 때로 2인 3각을 하듯 한 몸이 되어 살아가다 보면, 부부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일상이 생겨난다. 함께 만들어 낸 일상은 서로에게 가장 편안하면서도, 익숙한 방식이 되고, 생활 패턴이 된다. 그리고 부부는 다시 '매일 똑같은 일상'에 적응하게 된다. 


권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지루한 마음은 단조로운 상황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을 깨트리는 일은 귀찮게 느껴진다.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활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너무 편안하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은 두렵게 느껴진다. 이러한 양가감정의 균형을 적절히 맞출 수 있다면 권태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팀 워크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양손잡이형 리더십이라는 것이 있다.

양손잡이형 리더십은 '안정성 유지(Exploitation)'와 '새로움 탐색(Exploration)'이라는 두 가지의 전략을 양손에 쥔 것처럼 유연하게 다루는 형태의 리더십을 말한다. 안정적인 조직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팀 워크는 왜 중요할까?

회사에서 팀을 이루어 근무를 하는 이유는 1+1=2+a가 되게 하기 위함이다. 결과 값이 2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 우리는 굳이 팀 단위로 업무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빠르고 편리한 업무를 위해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폐쇄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상황들이다.


팀 선배가 커피를 사주겠다며 스타벅스로 팀원들을 데려갔다. 모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고른다. 나는 프라푸치노가 먹고 싶지만, 일단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 남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배척될 사항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 중 모두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A가 그럴싸한 의견을 개진한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동조하며 각기 대응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나간다. 진행 방향에 대한 정리가 꽤 진척이 되었을 때쯤, 크리티컬 한 약점을 발견한 B가 조심스럽게 우려사항을 표시한다. 그러자 C가 다시금 기존의 의견을 지지하며 그 우려사항은 별일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의견을 제시했던 B는 수긍하며 A의 의견에 따른다.

> 빠른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는 인지적 종결 욕구가 발동되어 다른 대안이나 문제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회의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집단 무지성에 가깝다.



이렇게 동조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집단 사고'는, 만장일치를 유도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런 집단사고는 리더의 권위가 강할수록 더 자주 나타나는데, 높으신 분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으려고 하는 현상 끝에 결국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팀 리더는 권위적인 태도를 내려놓고 '안정성 유지(Exploitation)'와 '새로움 탐색(Exploration)'이라는 두 가지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며, 평범한 개인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형성하는 것. 즉,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정성 유지(Exploitation) - 폐쇄형 리더 행동
차이를 줄이는 것. 통일된 행동을 추진함. 예를 들면 가이드라인과 절차를 만들고, 효율성을 강조함.

새로움 탐색(Exploration) - 개방형 리더 행동
차이를 높이는 것. 아이디어나 의견을 적극 개진하도록 하고, 새로운 시도, 창의성, 혁신을 강조함.


어떤 조직도 아이디어로만 굴러갈 수는 없다. 일상적인 업무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리더의 행동이 필요하다. (ex.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집행하려면 사전에 승인을 받게 함) 한편, 알리바바의 회장이었던 마윈은 90% 이상이 찬성하는 아이디어는 폐기해 버리기로 유명하다. 이 것은 개방형 리더 행동에 가깝다. 모두가 동조할만한 아이디어를 경계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자세이다.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움을 탐색하는 것. 정 반대 지점에 있는 두 가지 전략을 치밀하게 조립하여 핸들링할 수 있을 때 팀 워크의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부부의 권태가 안정적인 일상에서 시작된다면,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극복하려는 노력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슬기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권태가 느껴진다면, 양손잡이 리더십을 발휘해 볼 때가 됐다.



1. 일상에서의 작은 변주


상황: 매주 수요일 저녁은 연애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며 야식을 먹는다.

이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지만 때로 지겹다고 느껴진다면, 작은 변주를 추가하는 것이다. 


상황-1: 챙겨보는 연애 프로그램의 한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이 시작하는 주에는 직접 요리를 해 먹는다.

상황-2: 야식 메뉴를 고를 때, 위바위보를 통해 이긴 사람이 원하는 메뉴를 고른다.

상황-3: 연애 프로그램의 결말에 대해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이 야식을 결제하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매주 수요일 약속 된 루틴을 지키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상황을 추구할 수 있다.



2. 역할 교환을 통한 변화 시도하기


상황: 여행을 계획할 때 주로 남편이 일정의 큰 틀을 기획하고 제안하면, 아내가 그에 맞추어 예약을 한다.

현재 여행을 준비하는 패턴이 위와 같다면, 아마 서로 더 잘하는 것을 맡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남편은 전체적인 일정을 기획하고 새로운 투어를 제안하는 것에 능숙하고, 아내는 적절한 호텔이나 좋은 식당을 찾아내서 예약하는 것에 능숙할 수 있다.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되, 역할 교환을 통한 약간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상황-1: 4박 5일의 일정 중 하루나 이틀 정도는 아내가 일정을 기획하고, 남편이 그에 맞추어 예약을 한다.


일상에서 평소에 하던 역할을 교대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잊고 있었거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특정 상황에서 역할 지정하기


상황: 남편의 이직을 고려하면서 여러 가지 우려사항과 조건에 대해 고민한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할 때, '안정성 유지(Exploitation)'와 '새로움 탐색(Exploration)'의 롤을 서로 지정하여 대화를 시도해 본다.


상황-1: 남편은 현재를 유지하는 입장(안정성 유지), 아내는 이직을 하는 입장(새로움 탐색)에서만 얘기하도록 롤을 정하여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 조건을 1:1로 비교한다. 


이렇게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는 특정 상황에서 서로 다른 롤을 정하여 대화하게 되면, 평소 '쟤는 내 의견에 반대만 해.'라고 생각했거나, '쟤는 내가 뭘 하자고 하면 다 좋다고 해서 진짜 좋은 건지 모르겠어.'라고 생각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권태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선택하기에 더 좋은 방향을 함께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권태는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일부일 수 있다. 이를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는, 새로움을 추가하며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일지 모른다. 안정성을 지키면서도 계속해서 작은 변화와 새로움을 찾아가는 것. 그 과정을 통해 부부는 권태를 새로운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새롭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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