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인생을 꿈꾸며
가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다가 갑자기 훌쩍 지나버린 시간에 놀라곤 한다. 내가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지? 언제 엄마가 된 거지?
해 질 녘까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온 동네를 친구들이랑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고, 매일 가방에 고무줄을 챙기며 오늘도 신나게 놀아야지 다짐했던 그 시절의 나는 이제 희미한 기억 저편에만 남아있다.
어른이 되어서 옛 친구들을 만나면 자꾸 옛날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시절이 그립기 때문이다. 그때의 추억들을 꺼내보지 않으면 그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순수했던 그 시절의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꾸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나도 천지난만했던 시절이 있었지.. 나도 아무 걱정 없이 즐거워만 했던 시절이 있었지.. 나도 아이스크림 하나에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그리워지는 기억들이다.
나는 순수했던 내 시절을 공유해 줄 친구가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학창 시절 세 번 정도 타 지역으로 전학을 다니다 보니 지금은 모두 연락이 끊겨버렸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은 곧 영영 이별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가끔 꺼내보는 추억이 진짜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꿈과 추억들이 뒤섞여버려서 뭐가 진짜인지 모르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 그런 기억들이 다 사라져 버려도 그립지 않을 지금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힘들면 자꾸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꿈이 있고, 내가 그리는 미래가 있다면 지금의 힘듦은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다. 지금이 힘든데 자꾸 과거에 얽매이는 이유는 미래가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이 순수했던 이유는 내일을 기대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일은 뭘 하고 놀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에 행복했다.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을 지금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반복된 일상이 지겹다면 일상에 하나씩 새로움을 더해보자.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을 먹어보고, 가보지 않았던 곳에 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새로운 책을 읽어본다. 하지만 제일 큰 새로움은 '공부'다. 배움만큼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드문 것 같다. 배움에는 끝이 없기에 매일 새로울 수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려는 그 마음가짐은 나를 영원히 늙지 않게 할 것이다. 배우려는 사람의 초심은 나이를 불문하고 다 같을 테니까.
내 인생은 하루하루 초보에서 멀어지지만, 배움 앞에서는 언제든 순수한 초보가 될 수 있다. '초보인생'이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말고, 새로운 '초보'가 되어보자. 나는 언제든 다시 순수해질 수 있다.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영원히 늙지 않을 수 있다.
수년간 미니멀리스트로 살면서 점점 내가 꿈꾸는 미니멀라이프에 가까워지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작년부터는 소소한 다짐들로 나의 매일을 더 새롭게 맞이하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로 나는 내일을 기대하게 되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내 모습을 사랑하게 되었다.
어른이 된 나, 엄마가 된 나, 미니멀리스트가 된 나, 이렇게 글을 쓰는 나, 달리기를 하는 나.. 매일 하나씩 만들어가는 거다. 과거를 그리워할 이유가 없다. 내일이 기대되니까. 그렇게 난 영원히 늙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