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 미니멀리스트가 된 이유
작년 여름의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를 당혹스럽게 했던 검은 실들. 눈곱 같은 것인 줄 알고 사라질 줄 알았는데 밤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비문증'이라는 증상을 알게 되었고, 망막병리 등 무서운 용어도 알게 되었다. 휴대폰 사용을 많이 해서 생긴 증상인 걸까.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작년 초, 잇몸뼈가 녹아버려서 임플란트를 진행하는 중이기도 했고, 재작년엔 원형탈모까지 생겨서 계속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기고 있었던 차였다. 30대 후반이 되니 확실히 몸을 망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나씩 망가지는 몸을 보며, 관리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으나, 실천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비문증이라는 증상이 생기자, 덜컥 겁났다. 이러다 실명하게 되는 건 아닐까. 다음날 아침 부랴부랴 안과를 찾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흔한 증상이라고 하셔서 일단 안도는 했으나, 안구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충분히 느꼈던 사건이었다.
항상 눈이 건조했던 남편이 러닝을 한 뒤로는 안구 건조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무작정 러닝을 시작했다. 그렇게 러닝을 시작한 지 벌써 9개월째. 최소 일주일에 두 번은 달리겠다는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비문증은 러닝 한 달 만에 사라졌다. 러닝이 원인인지, 시간이 지나서 검은 실들이 저절로 가라앉은 건지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나에게 그 비문증은 러너로서의 인생을 살게 해 준 일이었다.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법. 건강했기에, 건강에 더 소홀했던 것 같다. 20대에는 감기 한번 걸려보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한 몸이었지만, 30대 중반 이후로 감기뿐만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독감까지 걸렸다. 건강한 몸을 타고났어도 관리하지 않으면 망가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강할수록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노력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 노화를 인정하고 꾸준히 평생 실천할 수 있는 관리를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보기 좋은 몸을 위해 단기간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닌, 죽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운동과 식단을 시작하게 되었다.
집안 곳곳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살을 비우고 건강한 식단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내 몸과 내 몸이 담긴 환경 모두를 가꾸고 관리하는 일. 그것으로부터 나의 자존감이 지켜지는 것이다.
꾸준히 달리기만 해왔지, 식단은 크게 신경 쓰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식단까지 신경 쓰면서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