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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11년 차 주부의 러닝

by 두어썸머

예전에 즐겨보던 미드에서 주인공이 매일 아침 8킬로미터를 달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달리면서 그녀를 자주 떠올렸다. 러닝을 시작하고 2년 동안 최대 5~6킬로미터 만을 달렸던 내게 8킬로미터는 꿈의 거리였다. 5킬로미터도 이렇게 힘든데 8킬로미터를 어떻게 매일 달린다는 걸까. 더워서 혹은 추워서 많이 달리지 못한 계절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던 중 가슴에 혹이 생겨 수술을 받고 잠시 러닝을 쉬게 되면서 서서히 러닝이 내 일상에서 사라지려던 차에 마흔이 되었다. 건강한 마흔을 맞이하겠다는 호기로운 다짐은 어디 가고 점점 침몰하는 것 같아서 다시 러닝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요즘. 미드 속 주인공이 매일 달렸던 그 거리를 나도 거의 매일 크게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다. 느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숨이 찰만큼 빠르지도 않게 나만의 속도에 맞춰서 8킬로미터를 달리면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하루에 한 시간 온전히 나만을 위한, 나의 마음과 몸을 위한 그 시간 동안 서서히 나는 발전하고 있었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매일 쳇바퀴 같은 일상을 돌보고 살면서 아이가 아닌 ‘나의’ 성장을 느껴볼 수 없던 내가 러닝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는 성장하고 있고 나는 그만큼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도 러닝을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고, 체력이 늘어나고, 거울 앞의 내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일 더 좋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오늘과 같을 내일이 아니라 더 성장할 내일이 기대되는 요즘. 러닝 덕분에 일상에 활력을 찾았다.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당장 운동화를 신고 달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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