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911과 캐나다행

같은 날 다른 곳에서 벌어진 비극과 혼란의 상황

by BOSS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성 청사(pentagon)를 향한 여객기 납치 테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 크나큰 충격과 깊은 상처를 주었던 잊을 수 었는 사건이었습니다.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된 이유는 가족과 함께 캐나다 이민으로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기가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에 출발 예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9월 11일 (화)

달 전 모든 이삿짐은 미리 캐나다로 보낸 상황이었고 텅 빈 집에서 맥주 한잔 하며 다음 날 출발하는 비행기에 실을 몇 개의 이민가방과 기내로 가지고 갈 캐리어를 준비하던 우리 가족은 11일 밤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CNN의 긴급뉴스로 테러범에게 납치된 두 번째 여객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해 건물을 뚫고 나오며 폭발하고 그 이후 발생한 화재와 충격으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너무나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비극적인 참사에 놀람, 슬픔과 함께 걱정이 밀려오며 감정이 뒤섞인 상태로 혼란스러웠습니다.


"너무 놀랍고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 이런 상황인데 캐나다에 입국이나 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내일 비행기는 예정대로 출발할 수 있을까?"


9월 12일 (수)

와이프와 걱정하며 한편으로는 인터넷과 뉴스로 상황을 주시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한 다음 날인 12일 이른 아침 외국 항공사에 근무하는 막내 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동생: "11일 뉴욕 무역센터 항공기 테러로 북미의 모든 도시 공항이 폐쇄되었고 오늘 새벽부터 인천공항에서 북미로 출발하는 모든 항공사의 일정이 전부 취소됐어."

나: "큰일이네, 그러면 우리 예약은 다음 비행기로 순연되는 거니?"

동생: "아니 그날 못 뜨면 자동으로 취소되고 다른 가능한 날짜로 다시 예약해야 돼"

나: "알겠다. 공항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바로 알려주고 예약이 다시 시작되면 부탁할게"


부탁을 하고 통화를 끊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캐나다의 독립이민의 과정은 이민 신청 후 제출한 모든 서류의 통과 결과가 나오면 신체검사를 받고 보통 검사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이민 비자가 나오고 비자에 명시된 기한 내에 캐나다로 랜딩 해야 하는 규정이었습니다. 신검 통과 후 저의 가족이 받은 이민 비자에 기재된 유효기한은 2001년 9월 16일이었습니다.


9월 13일 (목)

13일 아침에도 달라진 상황은 전혀 없고 모든 국내외 항공사의 운항일정은 자동 취소되었습니다. 북미 도시의 공항들이 다시 오픈하지 않는 한 모든 항공기 예약 일정은 매일 자동적으로 취소되어버릴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한국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에 연락을 해서 제가 처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문의하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이해하지만 최대한 비자 만기 날짜에 맞춰 캐나다에 랜딩 하라'는 영혼 없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9월 14일 (금)

14일도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문제가 길어질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오후에는 미국의 주요 도시중 몇 곳이 공항을 오픈한다는 소식도 들려와 기대를 가지고 계속 토론토 상황을 주시했지만 변동사항은 없었습니다.


9월 15 일 (토)

15일 아침 일찍 체크해 보니 역시 변동 사항이 전혀 없어 아마 다음 주까지 계속 이어지겠다고 생각하고 와이프와 상의 끝에 아이와 함께 머리도 식힐 겸 가고 싶다던 놀이공원에 다녀오려고 이것저것 준비하던 중 갑자기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동생: "토론토 공항이 방금 오픈돼서 예약받는데 지금 비즈니스석 밖에는 안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나: "예약해라. 일단 내가 가진 마일리지 카드 알려줄 테니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그래도 차액이 나오면 지불할게'


통화를 끊고 급하게 짐을 싸서 일단 강남 공항 터미널에서 출국 수속과 모든 짐을 보내기로 하고 가족 친지들에게 갑자기 일정이 바뀌어 오늘 출발한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드디어 부모님, 친지들과 공항에서 눈물의 이별을 한 뒤 마침내 저녁 비행기로 무사히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피곤하고 많이 지쳤지만 잠은 오지 않고 11일부터 며칠 사이에 벌어졌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태평양 상공을 지나며 이제 한국을 떠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 한국에서의 쓰라렸던 모든 기억들, 새로운 정착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마침내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늦은 토요일 밤 이민자 입국 수속을 밟는데 담당자가 서류를 접수하며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더군요.


"와! 비자 만기일 하루 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네요. 무사히 캐나다에 오신 걸 환영하고 가족 모두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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