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운전 면허증으로 바로 바꿔주는 한국 운전 면허증

이탈리아가 운전 면허증 교환 국가에서 빠져있다고?

by BOSS


워낙 땅이 넓고 지역 간의 거리도 멀다 보니 캐나다에서 중요한 이동수단은 자동차이고 이에 따르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각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17세부터 운전면허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필기 테스트를 통과한 후 시험관이 조수석에 함께 타고 이루어지는 주행시험으로 G1, G2, G 단계로 일반 승용 차량의 운전 면허증을 발급합니다.


이민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캐나다에 도착하면 이 과정을 거쳐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는데 특별히 이전 국가에서 받은 기존의 운전 면허증을 마지막 단계 캐나다의 'G'면허증으로 바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는 일부 지정된 몇 나라들에 한해서만 가능한데 가장 최근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The following countries have an exchange agreement with Canada:

• United States of America. Australia. Austria. Belgium. France.

• Germany. Ireland. Japan. South Korea. New Zealand.

• Switzerland. Taiwan. United Kingdom.




이민 와서 처음 한국 운전면허증을 교체할 당시에 위의 열거된 나라들의 숫자가 지금보다는 적었던 것 같았고 한국이 리스트에 당당히 포함되어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슴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캐나다 도착 후 필요한 서류신청을 모두 마치고 이삿짐을 옮긴 다음 날부터 차량 구입을 위해 평소에 관심 있게 보던 브랜드의 딜러 샵으로 방문하여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주간 렌트한 자동차를 반납하기 전까지 짧지만 그래도 며칠 간의 여유가 있어 가능한 많은 자동차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처음 방문한 딜러 샵에서 상담 후 시험운전 요청을 하니 신청서 서류에 필요하다며 제 운전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하였습니다. 당시 한국 면허증은 교환을 위해 반납해서 없고 캐나다 면허증을 받기 전까지 사용하는 임시 면허증을 보여주자 딜러가 제게 묻더군요.


딜러: "응? 왜 임시 면허증이죠?"

나: "며칠 전에 이민 왔거든요."

딜러: "아니 며칠 전에 왔는데 어떻게 'G"면허증을 받을 수 있죠?"

나: "이전 국가에서 사용하던 면허증과 바로 교환해줘요."

딜러: "정말이요? 실례지만 어느 나라에서 왔는데요?"

나: "한국에서 왔습니다."

딜러: "북한이요 남한이요?"

나: "남한에서 왔고 한국은 오래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는 나라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운전을 시작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딜러: "와! 난 이민 와서 2년 반 만에 'G'운전면허를 받았는데 그런 서비스가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대단하네요."


아! 한 번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뿐만 아니고 다른 딜러 샵에서도 직업과 신용기록이 없는 캐나다 초기 이민자의 서러운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습니다.


일단 차종을 선택해 시험 운전하고 나면

딜러: "어떻게 마음에 듭니까?"

나: "네 괜찮네요. 견적을 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견적서를 작성하며

딜러:"lease (임대)로, 아니면 financing (구매)으로 할까요?"

나:"financing으로 해 주세요."

딜러: "직업과 신용점수를 알려주시고 이를 증명할 서류가 필요합니다."


잘 나가던 진도는 이때부터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도착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고 직업도 없고 쌓여있는 신용점수도 없는 관계로 '미안합니다 안 되겠네요'라는 답변이 매번 똑같이 돌아왔고 심지어 혹시나 했던 한국 차량의 딜러 샵에서도 깨끗하게 거절당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품질과 큰 배기량 문제로 미국 차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아 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차량 딜러 샵으로 발길을 돌렸고 그곳에서도 상담 후 견적을 받으며 역시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 "아직 랜딩 한 지 며칠 안되어서 직업이 없습니다."

딜러: "아! 그러면 좀 어렵겠네요"


여러 곳에서 같은 이야기로 계속 거절당하다 보니 이제 포기하고 가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 "그런데 와이프는 현재 한국 000에 근무 중인데 캐나다 000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그러면서 아파트 렌트 계약할 때도 빛을 발휘했던 전가의 보도(?)와이프의 영문 재직증명서를 꺼내서 보여주니 '잠깐만요" 하며 그 서류를 들고 그의 매니저에서 바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서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일단 직업이 있는 걸로 신청하고 본사에 최종 승인을 요청하겠습니다."


라며 재직증명서 외에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며 추가로 준비해 줄 것을 요청받았습니다. '휴.. 일단 됐다'라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약금과 함께 차량 구매 신청서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와이프는 다니던 회사를 완전히 퇴직한 상태가 아닌 3주 휴가로 가족과 먼저 랜딩을 하였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퇴직 신청과 살던 집 정리 등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다시 캐나다로 올 예정이었습니다. 그 후 추가 서류는 한국으로 돌아간 와이프가 딜러 샵으로 직접 보내 마무리되고 마침내 한 달만에 계약한 차량을 받는 감격의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격 흥정이나 딜러의 흔한 서비스 하나 없이 '갑'과 '을'이 뒤바뀐 불리한 조건에서 이루어진 계약이었고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경험이었습니다.


(참고로 캐나다에서 처음 샀던 그 차량은 정확히 6년 만에 장거리 운전으로 미국 뉴욕을 다녀온 후 트랜스미션이 터져 그 운명을 다했으나 그나마 처분하기 위해 1,500불을 주고 중고 미션으로 교체했고 2,000불에 중고차로 팔았던 흑역사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절대로 결코 미국 차량을 구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면허증 교환 국가 리스트에 Lamborghini, Ferrari, Maserati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왜 아직도 빠져있을까요? 22년이 지난 아직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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