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가 전혀 없는 캐나다에 처음 도착해서 지내야 할 곳이 필요했기에 한국에서 출발 하기 한 달 전부터 와이프는 인터넷을 통하여 캐나다에서 단기간 민박을 할 수 있는 집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큰아이 (작은 아이는 뒤에 캐나다에서 태어나 당시에는 혼자였습니다)와 함께 반려견도 데리고 와야 해서 3명 가족과 반려견의 조건을 쉽게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능한 여러 곳에 메일을 보내고 기다렸는데 다행히 한 집에서 오케이를 받아 공항에서 픽업해주는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그 집에 머물기로 하였습니다. 보통 민박 기간은 1개월이나 주 단위로 정하고 끝나면 금액을 지불하는데 저희 부부는 최대한 기간을 줄이고 싶어서 하루 단위로 계약을 하는 집을 찾았고 민박집에서는 흔쾌히 그 조건을 받아 주었습니다.
토요일
밤늦게 토론토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기다리고 있던 민박집(home stay)의 공항 픽업 서비스로 바로 민박집으로 이동해서 저녁식사를 대접받고 짐을 풀고 캐나다에서 첫밤을 보냈습니다.
일요일
민박집에서 운전해주는 서비스로 토론토 인근 지역인 Burlington, Oakville, Mississauga 지역의 아파트와 콘도를 돌아보고 임대 가격대에 따른 주거지 상태와 학교, 편의시설 등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
캐나다로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개설해서 송금한 금액을 한국계 은행의 토론토 지점에서 다시 개인 계좌를 만들어 필요한 현찰을 찾고 개인 수표를 만들었습니다. 이곳 생활에 필요한 모든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초가을 낮의 더운 날씨 (Indian summer라고 부릅니다)였지만 지하철과 버스와 지도(당시에는 스마트폰도 GPS도 없는 때였습니다)를 이용해서 다니며 신청을 모두 마쳤습니다. 큰 아이가 어리다 보니 함께 걷다 지치면 저와 와이프가 번갈아가며 업고 다녀 힘도 많이 들었고 직접 지낼 집을 구하러 여러 곳을 다니려면 차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다음 날 렌터카를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렌터카 업체에 연락하니 민박하는 집까지 직접 와서 저를 업체로 데리고 가는 서비스를 해주어서 편하게 차량을 결정하고 직접 운전해서 와이프와 함께 필요한 업무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랜딩 후 캐나다 운전 면허증을 신청하기 전에 한국에서 국제면허증을 미리 만들어 와서 차량을 렌트하거나 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고 보험도 렌트 기간만 커버하는 단기로 가입하고 다녔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 해외 출장이 잦았고 출장 간 나라에서 운전해야 할 상황도 잦아서 다른 나라에서의 운전이 그렇게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단 운전석이 오른쪽으로 반대 위치인 영국, 일본,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은 제외).
수요일과목요일
자동차 렌트를 시작한 화요일부터 캐나다에서 살 아파트, 새로운 운전 면허증, 한 달 전에 보내서 도착해 있는 이삿짐의 통관과 배달 예약 등을 전부 처리하고 금요일에 민박집에서 나와 새로 입주 계약한 집으로 옮기기로 일정을 정했습니다. 그 당시에 보통 캐나다에 랜딩 하면 집을 구해서 입주할 때까지 한 달 길면 두 달 정도 민박을 하며 집, 은행업무, 신분증 만들기, 이삿짐 통관등 업무를 처리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러한 저의 가족 모습에 당시 이민 온 지 1년쯤 되시던 민박집주인 부부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표정에는 어떻게 집 렌트 포함 모든 랜딩 절차를 일주일 만에 끝낼 수 있지?).
금요일
조금 먼 거리 이기는 했지만 렌터카와 민박집 차량 서비스를 이용해 이민 오면서 가지고 온 모든 짐들을 무사히 계약한 아파트로 옮기고 민박집 부부와 아쉬운 작별을 고했습니다.
캐나다의 한국 이민 사회에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 랜딩 할 때 공항에서 처음 만나 픽업해주는 사람의 직업을 따라갈 확률이 매우 높다는 설(?)이 있는데 이민을 바로 와서 직접 보거나 듣는 것들이 주로 민박이나 하숙집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생활 여건이나 '... 카더라'하는 이야기이다 보니 많이 의존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일주일 만에 모든 일을 빨리 끝마칠 수 있었는지 그분들은 매우 궁금했겠지만 우리 부부는 나름대로 고심해서 방문해야 할 곳의 스케줄을 한국에서부터 타이트하게 잡았고 일을 처리함에 운도 많이 따라 주었습니다.
특히 운전 면허증, 헬스 카드 등의 신분증들은 거주지 주소가 정해져야만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중에 우편으로 받기 때문에 이민 와서 살 주택이나 아파트를 구해서 주소를 확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다행히 쉽게 구할 수 있는 행운이 따르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이사와 입주는 매달 마지막 날이나 첫날에 많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미리 월세나 구매계약을 해도 이사는 매달 1일에 날짜에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약속도 미리 하지 않고 여러 군데 아파트 유닛을 보았는데 마침 그중 한 곳이 좀 넓기는 했지만 새로 페인트칠도 끝내고 비어있어서 그 집으로 하기로 일단 마음속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문제는 임대 사무실 직원과 계약서류를 작성하던 중에 생겼습니다.
직원: "오케이, 입주 날짜는되었고 두 분 직업은 어떻게 되나요?"
나: "... 저는 곧 직업을 구할 거고 와이프는 다니고 있는 미국 회사의 한국 법인에서 캐나다 법인으로 옮길 예정입니다."(그때 'occupation transfer'란 단어를 써서 상황 설명을 하였습니다).
담당 직원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있냐고 물었고 캐나다로 출발하기 전에 와이프가 회사에서 발급받은 영문 재직증명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직장을 이곳 캐나다로 옮기는 것이 확정된 일은 아니었지만 방법이 없어 약간의 블러핑(bluffing)을 한 것이었습니다. 북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회사 로고만 봐도 아는 이름이었지만 담당자는 '이걸로 괜찮겠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시간에 사무실 책임자가 출근하며 들어오고 있었고그는 바로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서류와 함께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류를 검토하던 책임자는 곧바로 오케이 사인을 주었고 이렇게 우리 가족의 캐나다에서의 첫 아파트 계약은 잘 해결되었습니다. 와이프의 이 영문 재직증명서는 이후 몇 가지 다른 계약 상황에도 힘을 발휘하는 전가의 보도(?)가 되었고 이 서류를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