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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Mar 25. 2023

광고 대행사 제작팀 연차별 특징 및 증상

[미취광이 광고인] 광고 대행사 생활 (NEW YORK)



어느덧 6년 차 아트 디렉터가 됐다.


연차가 차면서, 진급이 늦다고 걱정하기는커녕 연차에 따른 연봉을 받아서 만족한다는 게 감사하다.


이건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거다. 진급을 하면 더 높은 책임감이 요구된다. 그 책임감은 실력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선행된다. 실력은 노력을 요구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연차가 낮을수록 좋은 점은 하나다. 실수가 용납된다. 실패해도 된다. '1-3년 차인데, 아이디어 못 파는 게 당연한 거지.'라는 생각이 용인된다. 그래서, 회사에서 해고당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왜냐하면, 1-3년 차 직원들의 월급은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전설 속 대행사 CPB의 제작팀 - sweatshop.



오늘은 연차에 따른 대행사 크리에이티브의 특징을 다뤄 보면 재밌을 것 같다. 




1-3년 차는 조용하고 당돌하다. 




일단, 잘 모르겠으니까 조용하다. 와중에, 자기 아이디어가 왜 안 좋은지 모르기 때문에, 당돌하다. 자신 있다. '감'에 아주 많이 의존되어 있는 상태다. 뭐랄까... 붕어 싸만코를 미끼로 쓰면 대형 참치를 잡을 수 있을까? 같은 상상이랄까... 즉, '아이디어' 자체는 아주 기발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한 마디로 재밌다. 이런 아이디어를 클라리언트 혹은 8-10년 차가 보면, '참치 미끼로 쓸 정도로 싱싱한 (?) 붕어 싸만코 아이스크림인가?' 갑자기, RTB가 더해지니까, 그럴싸한 아이디어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물론, 클라이언트는 자사 제품을 '물'에 넣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


이때는, 젊고 기발하지만 팔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가는 시기다. 그래서, 가장 많이 거절당하는 게 1-3년 차다. 동시에, '내가 재능이 없나?'라는 생각과 '이러다 잘리는 건가?'라는 가차 없는 신드롬에 빠지기도 한다.




3-5년 차는 기고만장하지만 답답하다.



좋은 팀에서 일한 경우, 1개 정도 괜찮은 캠페인을 운 좋게 한 경우가 대개 있다. 대체로, 그 팀 시디가 잘해서 그런 건데 마치 주니어로서 자기가 다 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왠지, 자기가 일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자만한다. 능글맞다. 아이디어를 팔 때도, 조금 더 장황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잘하는데, 왜 대행사에서는 날 못 알아보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직을 준비한다. 나는 충분히 시니어를 하고도 남을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기고만장하다. 현실 속에선, 소셜 캠페인 하나 못 쳐낸다. 맞는 아이디어지만 재미가 없는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이다. 내 연봉에 아직 만족하는 시기가 아니라서, 더 답답한 감정이 많이 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 대행사에서 브랜드로 옮기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 대행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5-7년 차는 깨닫기에 겸손해진다.



팀이 클라이언트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는 일의 스케일도 중요하고, 직급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기 시작한다. 내가 동료로부터 배울 점이 있는가? 이 사람이 내가 생각 못 한 생각을 미처 해낼까?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올까? 내 아이디어보다 나을까? 낫다면, 왜 난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엄청, '랜덤'한 아이디어를 잘 생각해서 여전히 톡톡 튀고, 아주 흥미로운 생각을 한다. 동시에, 브랜드를 아주 교모하게 잘 끼워서 파는 방법도 안다. 따라서, 그 둘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아주 교모한 크리에이티브 스킬을 연구한다.


결국, 재밌고 클라이언트한테 잘 팔리고, 일반 사람들도 좋아할 법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숙달된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 발상에는 티키타카라는 것이 있다. 체스 게임을 둘 때, 바둑을 둘 때, 장기를 둘 때. 상대가 어떤 수를 두면, '어! 그런 수를 두다니?'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상대가 있다. 그런 경우, 영감을 받는다. 그래서, 광고는 중독이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있고, 그 아이디어는 정말 '감'에 의존하기 때문이라 가르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감'이 어느 정도 서 있는 연차라 소셜 캠페인 및 라디오, 인쇄/옥외 등은 CD의 도움 아래 잘 해결할 수 있다. 




8-10년 차는 다시 기고만장해진다.



황금기. 히트작을 만든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작업을 한다. 어느 정도 '자기 스타일'을 보여주는 광고를 할 수도 있다. 운이 좋아서 좋은 팀에 좋은 클라이언트라는 모든 박자가 맞는 타이밍이 와야 한다. 1-7년 동안 숨죽이고, 칼을 갈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만나는 CD가 아주 중요하다. 당연히, 본인들보다 잘해야 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CD만 좋으면 정말 좋은 작업을 할 줄 아는 시기이지 때문에, 베테랑이다. 브랜드 캠페인 경험도 있다. 실력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광고를 만드는지 안다. 성공에 도취되어, 다시 기고만장해진다. 




10-13년 차는 다시 겸손해지거나 더욱 기고만장해진다.  



CD가 되거나, CD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클라리언트와의 관계도 쌓기 시작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어느 정도 광고 공식이 보이는 시기라고 한다. 막, 수능 시험 치는데 이거 나올 줄 알았어. 선행 학습했다. 이런 느낌이랄까? 실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기고만장해진다. 주위에서 존경을 사게 된다. 그냥 단순히, 남들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그렇다. 혹은 팀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좋은 팀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겸손해진다. 자기보다 밑에 애들이 더 잘하길 바란다. 리더쉽을 발휘하거나, 밑에 애들을 안 키우거나. 사람마다 둘 중 하나의 스타일을 가진다.


아이디어의 전체적인 톤과 방향을 지휘한다. 아주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아이디어와 브랜드의 연결 관계를 고민한다. 그래서, 사실상 CD들 아이디어가 제일 좋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자기 아이디어니까 자기 아이디어가 제일 좋은게 당연하긴 하다. 그래서, CD 밑에 애들이 아이디어로 CD를 이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D에게 아이디어를 팔아야 하는 건 CD 밑으로는 다 똑같다. 


시디 입장에서 좋은 아이디어란 분명한 기준이 있다. '프로덕션' 스케줄 안에서 무리 없이 작동해야 하며, 브랜드 메시지를 분명하고 뚜렷하게 여러 번 말할수록 좋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야 한다. 제작하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 시각적으로 빠르게 소통하고 '피식'을 자아내는 아이디어. 느낌적으로 안다. 그래서, 그 느낌을 밑에 연차에게 전달한다. 밑에 연차 애들은 듣고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시디에게 팔러 간다. 보통은 연차가 높을수록 신뢰를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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