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플마 Mar 01. 2023

챗 GPT는 10타 선생님 아내는 1타 선생님

챗 GPT 입문기: 챗 GPT의 강점과 약점 경험기

챗 GPT에게 물어보았다.

     'complicated(복잡한)'에 '싫다'라는 의미가 있는지를.

그랬더니 단호하게 없다고 한다.

이상하다. 분명히 아내는 있다고 했는데, 챗 GPT는 없다고 한다.

아내는 영어와는 거리가 아주 아주 먼 사람이고 챗 GPT는 전지전능하다.

그러니 챗 GPT가 맞겠지?

하지만 'complicated'에 '싫다'라는 의미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내 마음이 편하다. 불편했던 내 궁금증(?)이 다 해소되므로.

아, 그렇다. 아내는 complicated가 미드에서 사용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챗 GPT에게 다시 물었다.

     미드에서 'complicated'가 '싫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지를.

     그랬더니 그제야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예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예를 들어, "우리 관계는 너무 complicated 해서 이젠 그만둬야겠다"와 같은 문장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 문장의 complicated는'싫다'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후로 난 아내를 존경하기로 했다.

챗 GPT보다도 똑똑한 나의 아내를.




최근 난 복잡함의 의미를 갖고 있는 두 단어 'complexity'와 'complication'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심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이 궁금증이 생긴 이유는 다음의 영어 문장 때문이다.

"So for me, a well crafted baguette, fresh out of the oven, is complex, but a curry onion green olive poppy cheese bread is complicated."

(내게는 오븐에서 갓 나온 잘 만들어진 바게트는 complex 하지만, 카레 양파 그린 올리브 양귀비 치즈 빵은 complicated 하다)

[이 말이 끝나자 청중들의 웃음이 이어진다]


이 문장은 Eric Berlow라는 생태학자의 TED 강연에서 나온다. 그는 'Simplifying Complexity'라는 주제로 복잡계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복잡계의 두 축인 complexity와 complication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 문장을 사용하였다.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왜 바게트 빵은 complex이고  카레-치즈 빵은 complicated 인지를. 또한 청중들은 왜 웃는지를. 아마도 영어에 익숙한 분이시라면 두 단어의 차이점과 웃음의 이유에 대한 감을 잡으셨겠지만, 내게는 이것이 이해를 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다.


도대체 complexity와 complication의 차이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청중들은 왜 웃는가?




만약 이 두 단어의 차이점을 조사해 오라는 숙제가 주어졌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겠는가? 아마도 십중팔구는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을 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금방 알았다. 'complexity vs. complication'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 많은 자료 중에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칼럼 하나만의 내용도 어렵고 모호한데 언제 그것을 다 읽어본단 말인가?

그래서 구글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챗 GPT에게 'complexity and complication'을 물어보았다. 과연 좋은 답을 찾았을까? 아니다. 애매모호한 칼럼 하나만 더 찾은 격이었다. 챗 GPT의 사용법이 잘못된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complexity vs. complication'에 대한 칼럼들이다. 여러분은 이것들을 읽어보며 두 단어의 차이점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렇듯 내겐 이것들은 그냥 그림뿐이었다.

<'complexity and complication'에 대한 자료들의 예: 1은 네이버, 2는 구글 검색 자료, 3은 챗 GPT의 답변 자료>


그렇다. 통상적인 단어 검색 방법은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았다. 즉 구글식 검색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훌륭하다는 챗 GPT도 구글과 같은 방식으로 이용하면  그 수준에 머무른다.




이제 챗 GPT의 사용 방법을 바꿔보았다. 단순한 '단어 검색' 대신에 '대화를 통한 질의응답 방식'으로 바꿨다. 구글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우선 챗 GPT에게 아예 Berlow의 문장을 주어봤다. 다른 부연 설명이나 질문은 하지 않았다.


"So for me, a well crafted baguette, fresh out of the oven, is complex, but a curry onion green olive poppy cheese bread is complicated."


챗 GPT가 답했다.

Answer 1:
제가 이해한 바로는, 당신은 빵을 예시로 사용하여 복잡성(complexity)과 복잡함(complication)을 구분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복잡성(complexity)은 많은 상호 연결되고 종속적인 부분들로 구성된 상태를 나타내는 반면, 복잡함(complication)은 상호 관련이 있지만 구별되는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된 상태를 나타냅니다.
(하략)


놀랍지 않은가?

문장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저 문장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다. 괴물 같은 능력이다.

하지만 이 답변만 보아서는 여전히 두 단어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질문의 내용을 조금 바꿔서 재차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답을주었다.

Answer 2:
이 문장은 "복잡한"과 "복합적인"이라는 두 가지 단어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략)
따라서, "well-crafted baguette"는 한 가지 재료를 사용하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curry onion green olive poppy cheese bread"는 여러 가지 다른 재료가 결합되어 있으므로 "복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놀라운 답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내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챗 GPT는 정말로 훌륭했다. 유사한 질의응답을 몇 번 더 해봤다. 그 결과, 진짜 진짜 명쾌한 답을 주었다. 아름답기조차 한 하나의 문장을 내게 주었다.

      베이킹에서 복잡성(complexity)은 음식이 제공하는 맛과 질감의 깊이와 풍부함을 의미하며,

      복잡함(complication)은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와 단계의 수를 의미합니다.


complex한 바게트와 complicated한 카레-치즈 빵의 차이점이 확연하게 이해되지 않는가? Berlow가 바게트를 complex 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것의 질감(식감)이 풍부해서이고 카레-양파-올리브-양귀비-치즈 빵을 complicated 하다고 한 이유는 그것의 구성이 여러 재료들로 뒤섞여 있어서였다.


이로써 내 궁금증 하나를 해소하였다.

나로서는 챗 GPT가 없었다면 이 궁금증을 쉽게 해소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한 가지 궁금증이 더 남아있다. 이번에도 챗 GPT의 도움을 받아보자.

Berlow가 빵 얘기를 했을 때 청중들이 왜 웃었는가에 대해서 난 챗 GPT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의 형태를 조금씩 바꿔봤지만 웃음의 포인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챗 GPT의 한계를 보는 순간이었다.

A: 위 문장에서 "complicated"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발생한 웃음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는 대개 어떤 유머적인 요소나 의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청중이 웃었다고 생각됩니다.
(하략)


결국 웃음의 포인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챗 GPT로도 풀 수 없었다.

그러니 이 궁금증은 그냥 포기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아주 엉뚱한 곳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어제 저녁 아내와 산책을 하는 길이었다.

난 챗 GPT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아내에게 설명할 요량으로 complexity와 complication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어떤 사람이 갓 구운 바게트 빵은 complex 하고 카레 양파 올리브 치즈가 들어간 빵은 complicated라고 하는데....."

그런데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아내가 답했다.

     "그 사람 얘기는 그거네. 따끈따끈한 맛 좋은 바게트는 마음에 들고, 카레 빵은 재료만 많을 뿐 싫다는 얘기네."

이럴 수가! 아내는 두 단어의 차이를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바게트 빵에는 식감이 좋다는 의미의 복잡성(complexity)이 있고 카레-치즈 빵은 재료만 많다는 의미의 복잡함(complication)이 있다라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짚고 있다. Berlow는 바게트는 좋아하지만 카레-치즈 빵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카레-치즈 빵을 complicated라고 했잖아. 미드에서, 마음에 안들 때는 complicated라고 돌려서 말하잖아. 그러니 그 빵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일 테고 바게트는 갓 구웠다고 표현했으니 마음에 든다는 얘기겠지. 몰랐어?"


난 아내 덕분에 비로소 청중들이 웃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Berlow는 complexity를 연구하는 학자인데, 복잡계의 두 축인 complexity와 complication의 차이를 설명함과 동시에 자기는 이 중에서 complexity를 더 좋아한다는 것도 함께 설명한 것이다. 빵과 complicated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단 하나의 문장으로 위트 있게 설명했다. (영어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complicated'는 명확히 '싫다'라는 의미보다는 '복잡해서 귀찮다'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귀찮다'를 확대 해석하면 '귀찮아서 싫다'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Berlow의 의도를 알아차린 청중들에게 그 문장은 멋진 웃음 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Berlow는 이어지는 말에서 자기는 complexity를 아주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돌이켜보면 난 두 빵의 차이를 물리학적 물성의 관점에서만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러니 complicated의 뉘앙스는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고, 저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내는 단 두 개의 단어만으로 Berlow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감각적으로 파악한 듯하다. '갓 구운'이라는 단어로부터는 좋다라는 느낌을 'complicated'라는 단어로부터는 싫다라는 느낌을. 그러고 보니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는 사고 과정이 참으로 감각적이다. 아마도 챗 GPT는 이렇게 감각적인 사고를 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고, 그래서 웃음 포인트를 찾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듯싶다.




이제 Berlow의 문장에 대한 궁금증은 다 해결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챗 GPT가 사람과 같은 사고 과정을 거치면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Berlow의 주전공이 complexity에 대한 연구라는 것과 complicated에 '싫다'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 후 다시 질문을 해봤다. 여러 번 질문해 본 후 가장 괜찮은 답을 하나 골랐다.

Q: 혹시 웃은 이유가 다음과 같을 수도 있는가? 바게트는 complex 해서 마음에 들고, 여러 재료가 들어간 빵은 complicated 해서 싫다.
A: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청중들이 웃은 이유는, 위 문장에서 "complex"와 "complicated"라는 두 단어의 차이에 대한 비교가 유머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하략)


이렇게 청중이 웃은 이유를 제시해 주고 질문을 했더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은 맞추고 있다. Berlow가 complexity를 좋아한다는 점까지 연관시키지는 못했지만, 두 단어의 비교를 이용한 유머 코드가 문장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은 알아차린 것이다.




이번의 경험을 통하여 챗 GPT의 강점과 미흡한 점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미흡한 부분도 극복될 것이다. 챗 GPT는 쉬지 않고 여러 가지 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인간의 사고 감각을 흉내 내는 학습도 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조만간 Berlow의 말속에서 웃어야 하는 포인트를 단번에 정확하게 짚어낼 수도 있으리라.


그러고 보니 아내는 단 한 번에 Berlow의 의도를 다 파악하였다. 챗 GPT는 여러 번의 질의응답 과정을 거쳐서 문장의 의도를 파악하였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아내는 한 번만 두들겨보고 답을 찾았고 챗 GPT는 열 번 정도 두들긴 후에야 답을 찾았다. 그래서 본 글의 제목을 이렇게 붙이기로 하였다.

         "챗 GPT는 10타 선생님 아내는 1타 선생님"


끝.

(2023년 2월 27일 작성)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는 용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