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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날만 Sep 08. 2016

파리의 상황시


세 명의 파리지앵, 세 번의 부조리

1. 고고학도 A양은 며칠째, 루브르 박물관에 갇히는 꿈을 꾸었다. 

2. 몽파르나스의 어느 놀이터. 행색이 남루한 남자 B가 흙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왼손에 들린 비닐봉지 속에서 락앤락 같은 것을 꺼내더니, 뚜껑을 따고 음식물을 긁어먹었다. 점심식사를 하는 그에게 비둘기 떼가 접근한다. 새들은 살이 올라 제대로 날지도 못한다.

3. 퐁피두 미술관, 20세기 중후반의 건축 사진을 모아놓은 방. 직원 유니폼을 입은 C양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루벤스다.



Cover image: Auguste Renoir, 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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