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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여진 Jul 11. 2024

요가하듯 명상하듯 달리기

오늘은 어느덧 쉬지 않고 25분 동안 달리는 트레이닝을 했다. 내가 하고 있던 24회 프로그램의 23번째 운동이었다. 이제 마지막 30분 달리기만 남겨두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각자 자신의 인생 단계가 있으므로 지금 나의 위치가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내가 아니다. 그들의 것이니 그들에게 남겨둔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지금 이렇게 쉬지 않고 20분 이상 달리게 된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요가와 등산을 꾸준히 해오긴 했지만 달리기라는 운동을, 대체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이 운동을 내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기에 아직도 할 때마다 신기하다. 역시 사람 일은 어찌 될지 알 수 없기에 언제 어디서나 입조심을 해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달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달리기 관련된 책도 찾아보게 된다. 그러다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다. 하루키의 책에서 지난 글의 제목을 차용했다는 말을 여기에서 한다. 나는 아직 초보이기 때문에 달리기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정확히는 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지만 역시 아직 초보이기 때문에 달리기를 하면서 말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는데 그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서 글로 적는다. 혼자서 달리기를 할 때는 아무 말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운동들인 요가나 등산, 달리기는 결국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와의 싸움이라 나는 더 좋다고 했다. 그것이 내 취향이라 했다. 그런데 달리다 보면 누군가를 추월할 때도 있고 누군가 나를 추월하기도 한다. 운전할 때도 그렇지만 그게 뭐라고 추월할 때는 왠지 모르게 우쭐하고 추월당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결국 경쟁하고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었다.


오늘 달리기를 하는데 옆으로 누군가가 나를 추월해 간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계속 달렸다. 기분이 좋지도 않았지만 딱히 나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 앞에서 빙 돌아 다시 나를 지나 달려온 트랙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 달리기는 정말 나 혼자 하는 운동이구나 싶었다. 모두 다 고독하게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자신만의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스스로 정해놓은 코스를 반복해 달리고 누군가는 길게 이어진 코스를 따라 달리고 누군가는 중간에 합류하거나 이탈한다. 비교나 경쟁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묵묵히 달린다.


인생도 그런 것은 아닐까.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각자 주어진 인생을 살며 우리는 마주치기도, 나란히 걷기도, 스치기도 한다. 그런 인생살이에서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어느 정도 마음공부를 통해 마음근육이 생긴 나로서는 그래도 평온하게 나만의 인생을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나의 의식이 바깥으로 겉돌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면, 마음이 과거나 미래를 헤매고 있으면 알아차리고 깨어있으려 한다.


달리기도 하다 보니 결국 움직이는 명상이고, 앙 다문 입술근육에 힘을 풀고 그렇게 요가하듯 명상하듯 달리기를 한다. 전력질주 대신 하늘 한 번 바라보며 구름 감상하고 나무 바라보며 그 싱그러움에 감탄하고 길가에 핀 꽃에게 눈길 한 번 주면서 그렇게 달린다.


정신없이 날뛰는 내 머릿속 원숭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거칠게 몸을 다루는 요가처럼 역시 거칠게 육체를 다루는 한 방식이 달리기다.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나도 사라지고 달리기만 남는다. 그렇게 오롯이 현재에 머물게 되는 것, 그것이 내가 하는 달리기이며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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