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조급하고 미칠 것 같을 때 멈춰 서서 돌아본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가장 잘한 것이기도 하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이 상황을 다시 보기로 했다.
스트레스? 어차피 그거 내가 만드는 거다. 알고 있으니까.
물론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이거 마무리해야 하는 게 맞나?'
'내가 발표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잘해봤자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잘했네로 끝나는 거 아닌가?'
'그냥 이번에 폭삭 망하고 다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뭘 얻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올라왔지만 한번 끄덕여주고 흘려보냈다.
좀 더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나의 기준부터 점검해 보기로 했다.
커다란 조형물을 돌아가면서 찬찬히 살피듯이,
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전제조건을 탐색했다.
내가 발견한 가장 크 전제는 바로 이것 이였다.
'나는 리더가 아니다'
이 생각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문득 든 생각이었다.
'나 지금 리더인데? 팀장님이 계시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데?'
'좋아. 그렇다면 내가 리더라고 해보자 뭘 해야 하지?'
여기서부터 생각이 풀려나갔다.
'나중일도 생각하지 말고, 주변사람도 생각하지 말고, 완성도도 우선은 생각하지 말자'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 내가 아끼는 후배들과 함께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이렇게 생각하자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은 다시 백지화. 대표님께 과제를 받을 때 가운데서 조율을 하는 전략팀장에게 찾아가서 방향성을 물었다.
유사한 과제를 한 다른 부서장과 통화하면서 방향과 의도를 물었다.
담백하게 상황을 바라봤다. 욕심도 내려놓고.
해야 하는 걸 배제했다. 할 수 있는 걸로만 한정했다. 완성도를 고려하면 욕심이 되니까.
후배들에게는 해야 한다를 의무를 없앴다.
전체 스토리를 다시 짜고 뼈대를 잡았다.
후배들에게 방향성을 공유하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맡도록 일을 분배했다.
기존에 조사했던 것도 관련 있는 건 모두 가져다 썼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채로 팀장님과 같이 회의를 했다.
"저번보다는 훨씬 나아졌네. 이 부분은 좀 더 고치면 되겠어."
"이 부분은 보완하면 더 낫겠는데?"
후.... 우선은 해결했다.
뭔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