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며칠 전 모 통신사에서의 네트워크 장애로 인해 약 한 시간 동안 인터넷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고 회사, 음식점, 병원, 약국, 증권거래까지 마비되며 전국적인 혼란이 속출했다. 식사 후 카드결제를 할 수 없었고,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진료기록이나 처방기록을 확인할 수 없어 진료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전기와 인터넷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렇게 잠시라도 인터넷이 끊어져버리면 우리 세상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엄청난 혼돈 속으로 빠져버린다.
언젠가 이런 혼돈의 중심을 향해 내발로 걸어 들어간 적이 있었다.
몽골은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휴대폰이 아예 터지지 않았고 전기가 흐르지도 않아 별이 보이는 어둠뿐인 텐트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마실 물, 씻을 물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고, 화장실도 없었어서 이런 인터넷과 전기에 대해서 불평할 시간조차 사치스러운 시간이었다.
재미있는 건 그 마저도 여행의 즐거움으로 치환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휴대폰과 전기가 없는 시간들을 디지털 디톡스라고 불렀고, 물과 화장실이 없는 그 순간들을 즐기며 우산으로 간이화장실을 만들어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곤 했다.
현상은 똑같은데 달라진 건 내 마음가짐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하나는 전기가 없는 지옥 같은 현실, 또 하나는 전기가 없는 유쾌한 웰빙라이프였다. 이런 불편함마저 여행의 요소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처럼 내 일상 속 다양한 사건사고들도 인생의 조미료 같은 요소로 받아들여서 일상도 여행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