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시작되었지만 끝은 더욱 창대하리
오늘 이틀차, 어제저녁에 집에 앉아있느니 뭐라도 하자 해서 밖에 나가 무작정 달렸다.
충분히 몸을 풀어주고 더운 열기가 몸을 감쌀 때 나는 달릴 준비가 됨을 느낀다.
작년 습관들이기에서 운동과 건강에 거의 목을 매었다. 작년에 이상하게 몸이 자주 아팠고(피부염증과 잦은 후두염) 또 의욕이 자꾸 사라지던 때라 운동이라도 해서 그 무기력함을 조금이나마 채우려고 노력했다. 그때 생긴 혼자만의 다짐이랄까 습관이랄까. 하루에 30분은 운동하기로 스스로와 다짐했다. 그것이 스트레칭이든 홈트레이닝이든 회사 쉬는 시간에 하는 스쿼트이든간에 할당치를 채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정신도 맑아지는 게 효과가 꽤 좋았다.
그래서 그 습관을 어제도 따르기로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30분 뛰었을까. (작년에는 15분만 뛰어도 숨이 찼는데 이제는 30분 정도는 거뜬하다.) 적당히 땀이 맺히고 더운 열기로 입김이 더욱 선명해져 갔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10분 동안은 쿨다운을 하며 느긋이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개운하게 눕는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이게 사는 거지! 스스로 오늘도 수고했다며 어제 하루에 대한 미련 없이 잠에 들었다.
오늘 새벽, 5시 기상 알람에 맞춰 눈이 떠졌다. 몸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어제 고작 30분 뛰었는데, 하체에 당기는 근육들이 생겼다.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걸을 때 어제는 느끼지 못한 근육의 움직임을 느꼈다. 침대에서 걸어 나와 글을 적고 있는 지금까지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느낄 수 있었다. 어제 했던 운동으로 오늘의 근육이 만들어졌구나. 예전에는 근육통이면 끔찍했지만 운동을 즐기는 지금은 이 느낌이 반갑다. 운동 안 한 지 일주일 됐다고 (새해, 연말을 핑계로 놀고먹기 바빴던 한 주) 벌써 몸이 이렇게나 느슨해졌었다니!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어제의 운동 30분으로 내 근육이 강화된다면, 어제의 나의 글쓰기로 내 실력이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나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오늘 눈을 뜨며 어제와 같이 여전히 해는 뜨는구나, 어제와 되풀이될 것만 같은 오늘 일상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조금씩 어제와는 달라지고 있다.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