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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철 Jun 16. 2024

옹심이 바프 도전기 (5)

운동까지 하라구요??  {스토리마이닝 with 스토리씽킹 연구소}

(5) Day 16-50


한 달 동안 운동한 날을 세어보니 80% 정도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다닌 건 처음인 듯했다. 

정확히 21년 2월부터였다. 

신기하게 정확하게 이때부터 조금씩 실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하면 하는구나.’ 

왠지 모를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회사에서 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졌다. 

문제는 회식이었다. 

관장님은 회식이 있어도 술만 먹지 말라고 했다. 소용없었다.  

다들 내게 유난스럽다고 화살을 쏘아댔다.

“사람이 정이 있지.” 

“찌르면 파란색 피가 나올 거다.”

“본부장님 회식인데 겁도없다.”

“하루 먹는다고 살 안 쪄~” 

등등....기로에 섰다. 

사회생활이냐 나의 개인 목표냐. 


사람들이 내게 온갖 안주를 들이댔다. 

‘하나 정도는 괜찮다.’며 입에 부드러운 회를 들이밀었다.

“하나도 안돼요.”

실랑이 끝에 기어코 들이미는 회 몇 점을 받아먹었다. 

사랑니 쪽으로 밀어 두었다가 화장실 가는 길에 몰래 뱉었다. 

길고 긴 밤이었다.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도 술잔을 멀리하니 역시나 질문이 들어왔다. 

꽤 길게 설명 해줬다. 

왜 시작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지. 

그러나, 직장동료들과 반응은 비슷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와 술을 먹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감을 표했다. 

나는 말 없이 탄산수를 소주잔에 부어 들이켰다.


취중에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지난 한 달을 떠올렸다. 

한 달 동안은 그냥 신기했던 시기였다. 

하라는 운동도, 먹으라는 음식도 다 신기했다. 딱히 어떤 마음가짐은 없었다. 

‘뭐 이런 삶도 있네’ 정도. 

하지만 그것을 반복하며 하루하루 나의 효용을 깨닫고 내가 바라는 삶의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바프하면서 갑자기 마음가짐과 인생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간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캐리어를 열자마자 닭가슴살과 고구마가 쏟아졌다. 

탄식하는 어머니, 신기하게 쳐다보시는 아버지. 

먹을 것이 부족해 힘들어하던 시기를 보낸 아버지에게는 

21세기에 돈 내고 굶어가며 운동한다는 아들놈이 이해가 안 될 법도 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묵묵히 고구마를 씹었다.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시래깃국에 현미밥 반 공기를 말아먹었다. 

엄마가 요리를 이렇게 잘 했었나?



50일 차에 드디어 아무런 도움도 없이 정확한 자세로 턱걸이 1개를 했다. 

관장님이 활짝 웃으며 걸어오는 게 보였다. 

샤워하고 거울 앞에 섰다. 

셔츠가 좀 작아졌나? 

울 앞에서 열 장쯤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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