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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Jul 02. 2021

작은 용기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내미는 손

중2 박시는 요즘 친구관계로 고민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다른 학교를 졸업한 친구와 친해지면서 자기와 멀어졌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새 친구가 자기를 놀리거나 욕할 때 함께 놀리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 말라고 막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는 모습에 많이 실망한 눈치다.


4,5, 6학년. 그리고 중1 때까지 학교 끝나고도 밤늦게까지 놀이터에서 놀던 친구. 자전거가 고장 나서 학교 가기 힘들다는 얘기에 새벽같이 달려와서 자전거를 고쳐주고 등교하던 찐 친구였다.


그러던 친구가 모둠 활동에서 같은 팀이 되어주지 않고 이동 수업에서 자기를 혼자 가게 한다. 그래서 처음엔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서운하고 속상한가 보다.


엄마: 찐 친이라며...

박시: 응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그냥 그런 척한 건가 봐.

엄마: 어떻게 해. 속상하겠다. 이제 다른 친구랑 다니고 싶은가 보다. 사람 마음은 바뀔 수 있어... 내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강제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지... 이제 박시도 다른 친구들과 다녀야겠다.

박시: 다른 친구 그룹에 들어갈 수 없어. 이미 친한 친구들끼리 뭉쳐서 날 끼워주지 않아. 내가 들어가서 좋은 게 뭐 있겠어. 지금만으로도 좋은데...

엄마: 친구라는 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함께 노는 건 아니잖아...

박시: 난 너무 어려워...


이미 1학기 말이 되어버렸다.


나도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려웠다. 매년 학년이 바뀔 때마다 긴장했다. 내 친한 친구랑 같은 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친구들과 찢어져서 혼자 새로운 교실에 앉아 있게 될 때면 그 시간이 너무 끔찍했다. 다행히 반에는 돌아다니며 말을 거는 친구들, 짝꿍, 앞뒤 친구와 도시락을 먹는 시간들이 있어서 1달이 지나고 나면 친한 친구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는 1달은 아이들에게도 긴장의 시간이다. 서로를 관찰하고 친해지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상대를 배려하며 양보한다. 이런 관찰과 자기 조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시작된다.  친구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넣어주는 일. 그 울타리는 학교를 즐거운 장소로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밥 먹기, 놀기가 금지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기가 반이나 지난 상황에서 또 새로운 그룹에 들어가는 것도 박시의 성격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율은 다르다.


놀이터에서 한두 시간을 즐겁게 놀기 위해 친구를 사귀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가 어리면 아이의 엄마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자주 봐왔던 터라 율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율아 오빠가 친구 사귀는 게 어렵대. 넌 쉽게 친구들을 사귀니까 방법 좀 알려줘.


율: 용기가 필요해

엄마: 너도 용기 내서 말 거는 거야? 쉬워 보였는데...

율: 나도 용기를 내.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서 먼저 말 거는 거지.

엄마: 용기가 안 나면 어떻게 해?

율: 외로워야지

엄마: 외로운 건 싫어...

율: 그럼 용기를 내.


다른 방법이 없단다. 그건 엄마도 해줄 수 없고 다른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용기를 내.

아니면 외로워야지.






먼저 손 내밀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좋겠지만 평생 그 손을 기다리면서 살 수는 없다.


6살 율은 오늘도 놀이터에서 작은 용기를 낸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일지도 모를...








나랑 놀래?







나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나는 어떤 용기를 내며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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