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글쟁이가 마주한 벽
창작의 한계라고 말하기에는 과하고 모자람이라고 하기에는 자존심 상하는 부족한 글솜씨로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한 번씩 턱 막힐 때가 있다. 특히 소설을 쓸 때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머릿속에서 이미지로는 그려지지만 글로 묘사하기가 너무 어려울 때 나는 책상 앞에서 수없이 고민한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스크롤을 올려 썼던 글을 처음부터 읽어 본다. 책을 그리 즐겨 읽지도 않고 타고난 글쟁이도 아닌 내가 그저 감정 쓰레기통 마냥 썼던 글들을 보며, 내 청춘의 단 한순간의 기억들도 잊고 싶지 않으니 제대로 생생하게 남겨보자는 다짐에 최근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지나가버린 시간들은 기억에서 차츰 잊어져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평소와는 달랐던 특별한 경험만이 기억으로 남았고 디테일이나 감정은 잘 기억나지 않아 단편적인 이야기로 전락하고 만다. 대략적으로 기쁘다 슬프다 비참하다 등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기억을 끄집어낼 수는 있어도 그 감정으로 한 문단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한창 우울했던 시절 썼던 글을 보면 20대에 사춘기가 왔나 싶을 정도로 한 순간에도 다양한 결로 감정을 풀어냈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을 만큼 자려고 누웠다가도 무언가 생각이 스치면 벌떡 일어나 껌껌한 방에서 휴대폰으로 글을 남겼었다(아마 이때 나에게도 뮤즈가 찾아왔던 게 아닐까). 지나고 본 글들은 좀 유치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보고 싶어서 찾아봐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새벽감성이라 취급하고 그런 글을 썼던 바로 다음날 아침에 지우지 않았을까 싶다.
일주일 전부터 소설을 써보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 배웠던 소설의 시점이 어렴풋하게 기억나서 우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정했다. 장르는 단순하게 일상생활을 하던 중 누군가와 연애하는 꿈을 꿨던 로맨스물이다(알페스 혹은 나페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이 공인도 아니고 상상을 통해 각색을 많이 거쳤기 때문에 괜찮겠죠?). 다행히 나름 풍부한 인간 군상에 대한 경험 때문인지 에피소드를 구상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신기하게도 자기 전에 스토리에 대한 영감이 막 떠오르기 때문에 손가락이 춤추듯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속도감이 있는 글쓰기에 재미있다(논문 대신 출간해버리면 안 될까요?).
그렇게 속도를 내다가도 막히는 부분은 있었다. 심리묘사는 자신 있었지만 풍경, 장면, 소리, 인물의 행동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졌다(그냥 다 부족하다는 거임). 상황에 대한 묘사는 한 문장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벌써 차기작 소재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는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겠다. 일주일 동안 퇴근 후 키보드만 잡고 있던 나는 요즘 벽을 마주한 뒤, 참고 삼아 다른 작가님들의 창작물을 읽어보며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하고 있다(사실 재밌어서 보는 이유가 더 큽니다). 도대체 다들 세상에 일어날 법하지도 않은 공상 소설을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번 계기로 새싹 글쟁이로서 창작에 대한 고충과 더불어 글쓰기의 즐거움도 함께 느껴보게 되었다. 라고 아쉬운 마무리를 하고 언젠가 글쓰기에 대한 소감을 또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달게 받겠습니다(꾸벅).
서점에 널린 수많은 책들은 전부 작가님들의 '피땀눈물'임을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