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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ile idea Apr 04. 2022

'소공녀'와 행복 찾기

선택과 행복 사이에서 




나이가 들수록 생각하고 선택하는 순간마다 행복에 대한 의문점이 들곤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걸까? 어릴 땐 엄마에게 혼이나 펑펑 울던 순간에도 사탕 하나를 먹으면 행복했고, 무기력한 날에는 전화 한 통에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나면 그만이었다. 하루가 지나갈 때의 아쉬움이 후회로 바뀌지 않던 날들이다. 


요즘따라 선택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늘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서 그런지 좋은 하루를 보내고 싶은 욕심이 고민의 시간을 늘린다.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행복함만 남긴 채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누구나 행복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찾을 수 없지만 오늘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소공녀 '미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위스키 한 잔. 한 모금의 담배. 사랑하는 남자 친구.

이 세가지만 있다면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는 가사도우미 미소는 어느 날 집세, 담배, 위스키 값이 동시에 오르는 일생일대의 순간을 맞이한다.  가계부를 정리하며 고민을 하던 중 미소는 '집'을 포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대학 시절 함께한 밴드부 친구들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대학 시절의 행복을 생각하며 친구들을 만나러 간 미소는 현실에 녹록지 않은 친구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스트레스 속에 사는 문영, 시댁 살이로 눈물을 흘리며 보내는 현정, 이혼 생활로 폐허가 된 집에서 살고 있는 대용, 노총각 생활로 외로움을 느끼는 록이 오빠, 부잣집 사모님이 됐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삶을 사는 정미 언니까지.


미소는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친구들 혹은 자신의 사정 때문에 결국 친구들의 집에서 하나둘 떠나게 된다. 이후 사랑하는 남자 친구마저 사우디아라비아로 발령을 받으면서 미소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 시간이 흘러 록이 오빠 부모님의 장례식장에 모인 밴드부 친구들은 연락이 되지 않는 미소의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하나둘씩 미소와 만났던 일화를 얘기하며 미소의 따뜻함에 웃음을 짓는다. 


약을 먹지 않아 백발이 된 머리로 위스키 한잔을 하고, 한강에 마련된 텐트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미소. 그런 미소의 작지만 따뜻한 집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사실 미소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모순적인 캐릭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차갑게 대하고 상처를 주는 친구들을 미워했지만 현실에서 미소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나 또한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혹시나 미소를 본다면 무의식 중에 상처 주는 말을 내뱉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랄까. 극 중의 친구들이 악당만큼 밉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또한 누군가는 미소를 현실성 없고 민폐인 사람으로 취급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미소 같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친구를 생각하고 친구의 아픔을 헤아리고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미소는 누구나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소중한 사람이자 현실에 없는 이상적인 친구이지 않을까. 



"사람답게 사는 게 뭔데?"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정말이지 집 빼고 모든 걸 가진 미소. 

미소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자신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걸 포기해도 행복할 수 있을지, 어떤 걸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지.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고, 돈이 없어도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미소는 극 중 인물들 중 가장 사람답게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여행자 미소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가 가보지 못한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찾은 미소의 행복을 엿보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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