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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Nov 18. 2023

모든 것이 망하고 난 뒤

이번 리뷰는 2가 아니라, 1입니다. <디비전 1>

코로나 19가 점점 심각해졌을 때 뭔가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게임 <디비전 1>을 떠올렸다. 조금 과장을 더하자면 소름이 돋았다.


게임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k_fCxl7w2s

독감과 천연두 등을 결합한 '그린 플루'라는 바이러스가 뉴욕을 휩쓴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시즌을 노린 듯한 이 바이러스는 화폐를 매개로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마치 먼저 우한을 휩쓸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던 코로나를 보는 듯했다. 물론 그 이후의 양상은 게임과 현실이 달랐다. 현실은 빠르게 백신도 개발되었고, 우왕좌왕하던 사람들도 점차 침착하게 대처했다. 이제는 일상을 거의 되찾았다. 하지만 게임 속 배경이 되는 뉴욕 시내는 모든 질서와 생활이 무너져버린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와중에 뉴욕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세력들이 총을 들고 투쟁에 나선다. 그리고 그 가운데 뉴욕을 다시금  선량한 시민들에게 돌려주려 소환된 플레이어를 상징하는 '디비전' 팀이 있다.


디비전 팀은 뉴욕에서 사라진 법과 질서를 다시 구축하고 망가져버린 공동체를 복구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며, 자원을 모은다. 하얗게 쌓인 눈, 버려진 차들, 평소엔 사람으로 가득 찼지만 지금은 텅 빈 뉴욕의 거리가 정말로 망해버린 문명을 뜻하는 듯했다.


이렇게 인간이 사라진 곳에서 분투하는 사람들. 분투하던 사람들 중에 특징적인 집단이 있는데, 바로 뉴욕시 위생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었다.


환경 미화원이었던 '클리너'


클리너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O_B3dRHaHU


이 세력은 원래 뉴욕시에 속한 환경 미화 공무원으로서 재난 이후 전염병으로 사망한 이들을 소각하고, 도시 정비를 담당했다. 하지만 정부가 뉴욕에서 일어난 대정전으로 철수를 결정하자 그들은 이에 반발, 뉴욕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해왔던 일을 계속하면서 바이러스와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그 선한 의도와 달리 방법이 매우 끔찍했다. 그들은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불태웠다. 감염된 이들은 모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비전 시리즈 내에서 '클리너' 란 존재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은 진짜 악한가? 그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본다면 광신도와 같다. 그들을 보았던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평한다. 선을 넘은 잔악함. 하지만 그 와중에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원래는 선량했던 사람들. 처음에 그들은 저렇지 않았어.


불은 여러 문화권에서 파괴의 의미도 있지만, 부정한 것을 태운다는 정화의 의미도 있다. 그들은 시신을 태우면서 마치 자신들이 시대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 고난을 겪고 있는 수도사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린 플루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활동하는 거라면서 서로를 안심시키고, 저 밖에 있는 갱단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비교하며 평가한다. 잔인함은 외부로도 내부로도 조직을 단단하게 하는 채찍처럼 작용한다. 단단한 규율로 그들은 서로를 감시한다.  


그들이 선을 넘었다고 인지하는 순간은 언제쯤 찾아올까? 어쩌면 끝까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정의를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 죄책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자신들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 너무 큰 잘못을 해서 감당이 안될 때는 눈을 돌리거나 숨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못이 일어난 상황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실수를 만들게 한 거 아닐까? 내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을 일으키게 한 무언가가 있을 거야.



코로나 시대, 락다운된 도시


코로나 시대, 락다운된 도시를 보면서 디비전을 플레이했을 때 뉴욕 모습이 많이 생각났다. 다행이라면 게임 속 세상과는 달리 지금은 이미 코로나 초기에 우왕좌왕하던 때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점차 이성을 찾고 정부의 말에 귀 기울였다. 나보다 약한 이들을 위해서 양보를 했고, 갑갑하지만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무언가(게임일수도 넷플릭스일수도 위스키일수도)를 찾았다. 어찌 됐든 공동체의 회복을 믿은 셈이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코로나의 치명률이 높은 기간이 더 오래갔다면? 백신 개발이 늦춰졌다면? 언제까지 공동체에 대한 선의와 믿음이 지켜질 수 있었을까? 어쩌면 누군가가 나서길 바라며 마치 종교처럼 기적을 바랐을지 모른다. 마침 바라던 지도자가 나타나고 모든 것을 해결할 듯 떠들어대면서 사람들을 홀렸을지 모른다. 그 지도자조차 자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지시를 내린다. 역사적으로 이런 인물은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클리너를 이끄는 인물 '조 페로'는 이런 극한상황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그림자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한방에 해결되어 문제가 사라질 거란 사람들의 꿈에 기대서 커져가는 그림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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