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 덕분에 편하게 지낸다 <빵공장(Comic Bakery)>
집은 가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대학생활은 뭔가 부족했다.(허구언날 놀러 다니고 술을 마셨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경기도에서도 시내에서 조금은 떨어졌던 곳. 신기하게 공단이 인근에 많았다. 어느 날 취재 차 갔던 인력사무소를 이번에는 용돈 벌어 보겠다고 다시 방문했다.
그 당시에 인력 사무소에서는 대학생이 와서 일한다고 그래도 편한 곳으로 빼주시고는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빵 공장으로 간다 했다. 나는 빵을 볼 수 있을까 해서 기대했다. 하지만 하역장에서나 일했던 나는 밀가루조차 만날 수 없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만 빵공장이었다.
글을 쓰려고 이런 저런 게임을 살펴보다가 <빵공장> 을 마주했다. 그러자 옛날에 공장에서 일하던 내가 생각이 났다.
게임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XetaZfOJ7o
<빵공장> 으로 기억되는 이 게임은 영상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빵을 시간 내로 잘 만들어 사람들에게 납품하는 게임이다. 저 제빵사를 괴롭히는 너구리를 제때 잘 쫓아내서 빵을 확보해야 하는데, 어릴 적에 했던 기억을 되짚어도 깨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공장에 갔을 때는 일은 무척이나 간단하고 무료했다. 어느 만드는 공장이든 다 그랬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공장이 있었다. 참기름 만드는 공장이었다.
참기름은 볶은 참깨를 눌러서 기름을 뽑아낸다. 뭐 이렇게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이 엄청 많아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지 못했다. 당시 공장은 가을정도 된 계절이었으나 참깨를 볶고 기름을 추출하는 그 공간은 온도가 거의 40도에 육박할 정도였고, 지하철에서 봤던 산업용 에어컨으로도 내부 온도는 감당이 안됐다.
(잠깐 가서 바람에 땀을 식히는 정도였다) 얼음물을 가져가면 한시간도 못견디고 다 미지근한 물이 됐다.
내부는 참깨가 볶아지면서 나는 고소함과 습기로 가득했다. 몇 분만 있어도 땀으로 옷이 젖었다. 거기서 동남아에서 오신 한 분이 묵묵히 일했다. 나와 같이 간 내 친구, 혹은 나만 간 경우. 아무튼 일주일에 한 두번이나 갔을까? 같이 일하는 한 분은 그저 묵묵히 일만 할 뿐 별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하루 이틀 잠깐 와서 일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걸까도 싶다)
퇴근할 때는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몸에서는 아마 참기름 냄새로 진동했을 거다. 어찌어찌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며칠 나가지 못하고 아마 그만뒀던거 같다.
빵공장 플레이 영상을 보다보니 그 때 기억이 났다. 내가 먹고 있던 많은 음식이 어떻게 왔는 지에 대해서. 매일 고소함을 책임지는 그 참기름은 젋었던 내가 더위와 싸우며 참깨 파우더를 옮긴 결과물이다. 오늘 사먹은 도넛은 누군가가 열심히 반죽을 빚은 결과물이다. 밥을 먹을 때도 이 쌀을 키워주신 농부에 대해 감사하라는 가르침이 생각난다. 맞다. 내 주변에 모든 게 그냥 나에게로 온 것이 없다.
제품 퀄리티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 역시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삶이니, 모두가 같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랄 뿐이다. 매일 온도가 40도가 되는 곳이라면 적어도 휴게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거나 냉방칸을 마련해주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제일 좋은 건 인력을 충원해서 자주 교대해주는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