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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Nov 14. 2023

다른 세계를 마주하다

그마저도 곧 익숙해진다면? <모뉴먼트 밸리>

어떻게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이 길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모뉴멘트 밸리>를 보고 있으면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그림이 떠오른다. 

그리는 손 2(Drawing hands 2),1948

2015년 출시된 퍼즐게임인 모뉴먼트 밸리는 인기 있는 게임이었고 나에게는 여러 가지로 충격이었다. 스토리가 명확하지도 않은데 그 묘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이런 아트웍이 흔하게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난 처음 접하는 스타일이었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간 느낌. 


게임 방식 또한 신선했다. 에셔의 그림처럼 게임은 여러 가지 시각적인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트를 활용해서 길을 찾게 하고, 만들게 하면서 주인공을 목적지까지 가게 해야 했다. 일종의 미로 찾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GGKK0SEEXA


그 미로를 찾는 방식이란 게 착시를 이용하는 거라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방법으로 말이 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된다.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보인다. 다른 생각이라는 건 어쩔 때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야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거라 생각이 든다. 다른 일상을 경험하기 위해 제일 쉬운 건 내 주변 상황을 바꾸는 일이니까. 


하지만 여행을 갔다고 다른 생각을 바로 할 수는 없는 듯하다. 결국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믿는 세계로 여행을 가곤 하니까. <모뉴먼트 밸리> 속 해답을 찾듯이 때로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놓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걸 못하면 숨겨진 길을 찾지 못할 테니까. 


그래도 이 이상한 나라에 적응이 된다. <모뉴먼트 밸리> 자체의 난이도는 사실 그리 높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 시리즈 첫 번째는 유료 게임임에도 그 볼륨이 적어 아쉬워하는 사람이 꽤 된다. 논리 구조만 파악한다면 돌파하는 게 어렵지 않다. 다시 생각해 보자면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거다. 어쩌면 인간이 지구 곳곳에 퍼져 살아나갈 수 있었던 건 적응하는 능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이 이상한 착시의 세계도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어찌해야 할까? 계속 여행을 떠도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다. 새로운 경험마저도 적응하게 된다.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여행지에서 돌아가 겪은 바를 이야기하고, 선물을 나누면서 현재에 머물러야 한다. 머물러야만이 다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새로움이 연속되면 그 마저도 결국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레벨이 없다고 하더라도 플레이하는 나는 다른 의미로 레벨업을 하게 되니까. 그래서 다시 익숙함으로 돌아오고, 그 익숙함을 경계하면서 다시 여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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