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몇 대 뭐시기. 이런 순위놀음 같은 말이 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가 아니더라도 시드마이어 그는 손에 꼽히는 게임 개발자다. 그는 무엇보다 그가 만든 게임으로 유명하다.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문명 게임을 처음 만들 때 그는 자기 이름을 내거는 조건으로 게임을 내놓기 시작했다. 문명 시리즈를 내놓을 당시에도 그는 유명했다. 그렇기에 믿고 사는 일종의 브랜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문명은 매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중요한 게임이자 IP가 되었다.
문명 5를 유명하게 했던 인도 간디 밈. 비폭력주의자인 실제 간디와는 별개로 게임 속 자국 이익을 위해 저런 대사를 스스럼없이 하여 유명해졌다
시드 마이어는 게임을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게임은 ‘지금도’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시드 마이어 인터뷰 2022/02/22 pnn)이라 말한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문명 시리즈>는 굉장히 호흡이 긴 게임이다.
다양한 상황과 이벤트, 그리고 여러 문명들과의 경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마치 내가 역사 속 유명 군주가 되어 대체 역사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기후마저도 설정이 가능한 높은 자유도 덕분에 게임 속 상황은 훨씬 다채로워진다. 게임을 시작하면 점점 빠져들고, 밤을 새워서 하게 된다. 매 게임 양상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따라 이 <문명 시리즈>에 흥미가 생기지 않고 있다. 너무 플레이를 많이 해서 그런 걸까? 아직 스팀에 있는 도전 목표도 반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심심하면 생각나는 게임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플레이했던 양상을 떠올려봤다. 게임 영상을 찍은 게 있어서 잠깐 보기도 했다. 역시 문제는 나였구나 싶었다.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져 있었지만 매번 똑같은 선택만을 반복했다.
어느 게임에서건 이기기 위해서 존재하는 공식이라는 게 있다. 시간을 투자했으니 이겨야 하는 건 당연하다. 경쟁 게임만 해당하지 않는다. 문명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 게임 하나가 3~4시간씩 걸리니 패배한다면 허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 이기는 재미만 있을까?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문명, 기후가 놓인 상황 속에서 항상 거의 비슷한 선택을 했던 게 재미가 떨어지게 된 이유이지 않을까? 게임이야 말로 내가 망해볼 수 있는 모래사장인데도. 선택의 다양성은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어쨌든 경험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내가 투자한 시간이 있는데 허망하게 날리긴 싫겠다도 싶다. 사람들이 간단한 점심을 먹을 때조차 리뷰를 몇 십 개씩 찾아보거나 가장 비싼 제품만 고르게 되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나 역시 손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손해를 봐도 될 만큼 나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서글프다. 다양한 선택이 보장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나라에서 살고 있으나, 실제로는 최대한 이기기 위한 선택과 공식을 강요당한다. 내가 어리석지 않다면 이기기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게임에서라도 다양하게 망해볼 수밖에 없다. 내게 허락된 선택지라는 건 지금은 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