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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Nov 12. 2023

영원한 전쟁

사실은 서로 간 훈련이다 <앵그리버드 2(Angry Birds 2 >

섀도우 복싱. 복싱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이 뜻을 모를 리 없다. 가상으로 적을 떠올리고 마치 그 적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듯이 복싱을 한다. 마음으로 연습할 수도 있고, 진짜 몸을 움직이면서 할 수 있다. 아무튼 내 상대는 현재 내 앞에 없다.


면허를 요 근래 땄다. 면허를 따기 위해서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다. 서른 살 이후에 이렇다 할 시험을 준비해 본 경험이 없어서였는지 꽤 긴장됐다. 유튜브로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나름 코스도 계속 확인했다.


다행히 장내와 도로주행 모두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었다. 정말 겨우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덕분에 돈 굳었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면허증은 있지만 차는 없다. 이제 겨우 면허를 딴 초보 운전자라 도로에 나가도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연수가 필요하겠다 싶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연수도 알아보고, 어머니 사시는 동네로 내려가서 어머니께 연수도 받아볼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현재는 차를 몰아볼 수는 없다.


섀도우 복싱처럼, 상대는 없으나 나는 때때로 도로 시험 때 운전하던 느낌을 상기해 본다. 언제 깜빡이등을 켜야 하고, 몇 초 뒤에 들어가야 한다. 차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감을 떨어 뜨리지 않으려 한다.


<앵그리 버드 2(Angry Birds 2)> 를 하고 있으면 돼지와 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말 이들은 서로를 향해 분노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게임 속 이야기니까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나에겐 의심스러운 부분이 꽤 많다.  


게임영상: https://youtu.be/FSWoUGxGNEg?si=QcGoMRBrzhHIpcLk


왜 돼지들은 새들의 알을 훔쳐가 놓고는 바로 먹지 않으면서 그들을 약 올리는가? 새들은 돼지들이 만든 얼기설기 건축물을 항상 부수는데, 돼지들 중 다치는 이들만 있는가? (결코 돼지들이 죽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들 서로는 언젠가 있을 위협에 대비해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서로가 정교하게 시나리오와 룰을 정해놓고 자신들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훈련이라 상상했다.

새들은 알도둑으로부터 알을 지키고, 둥지를 침범하거나 공격하려는 적에 대해서 미리 훈련한다. 돼지들은 적이 집을 무너뜨리고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이걸 대비하려 훈련한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이들의 영원할 거 같은 이 공방이 어느 순간 이해된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끝없이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일을 예측할 수는 없다. 어떤 일은 결국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비는 필요하다. 적어도 최악이 되지는 말아야 하니까. 민방위 훈련이니, 예비군 훈련이니 생활 속에서 겪는 많은 대비들은 때론 왜 이렇게 과하나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귀찮다던 훈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심폐 소생술을 익힐 수 있었고, 뉴스에서 보다시피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


<앵그리버드 2> 새들과 돼지들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 상상 속에서는) 그들은 불안한 미래와 계속 싸우는 중이다. 서로를 약 올리고, 괜한 과몰입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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