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빌은 작은 도시를 만드는 게임이다. 건물 카드와 그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금화 토큰. 그리고 주사위. 게임 구성물이 굉장히 간단한 이 게임은 출시되고 몇 년 동안 사람들에게 꽤 인기 있던 게임이었다. 규칙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 한다. 특히 이 게임에서 재밌는 점은 주사위의 활용이다.
모든 건 주사위 뜻대로
금화를 얻기 위해서는 도시에 설치한 건물이 돌아가야 한다. 건물이 돌아가려면, 카드 상단에 적혀있는 숫자와 내가 던지는 주사위에서 나오는 값이 일치해야 한다. 이 규칙 덕분에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 확률을 가늠하면서 건물 카드를 구입한다.
게임이 중반 이후가 되면 내 도시에는 제법 건물이 늘어나 있다. 특히 건물 카드 간 기능으로 인해서 서로 연계되는 콤보를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모두가 주사위에 집중하게 된다. 어떤 주사위 값이 나오는가에 따라서 금화를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방!
한 방을 노린다. 카드 간 콤보를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마음에 찍어놓은 숫자가 뜨기만을 바란다. 주사위야 제발 떠라. 하지만 항상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런 와중에 금화가 마른다. 오늘 처음 하시는 모임 분은 이미 승리 카드 네 장 중 세 장을 뒤집은 상황. 저걸 따라잡으려면 정말로 행운이 필요하다.
"나왔다!"
기다리던 숫자. 순식간에 20 금화가 들어왔다. 마지막 승리 카드를 뒤집으면서 승리. 아슬아슬했다. 모임 분은 아쉬워하면서도 재밌어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정말 그 한방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걸까. 그 상황만 본다면 맞다. 1 금화라도 부족했다면 나는 마지막 카드를 뒤집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에 그 막대한 금화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했던가. 카드를 살펴보니 이미 많은 콤보 카드를 준비해 놓았음을 알았다. 행운을 바라긴 했지만 그전에 그 행운을 감당할 준비를 마친 상황.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오는 게 아니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로또 1등에 당첨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어떤 이는 정말 부자가 되어 잘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내용은 대부분이 불행한 결말이었다. 너무 쉽게 얻은 큰돈으로 살아가는 재미를 잃었다는 사람부터 마약 중독 등의 이유로 사망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아마도 그들이 그만한 행운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준비 안 된 행운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아서 돌아보면 남은 게 없으니까. 게임 속에서도 갑작스레 돈이 많이 들어올 때가 있다. 계획하지 않았다면 나도 모르게 그 돈에 취한다. 그러다가 돈이 마르는 거다. 그럼 내 게임 플레이는 망하는 거고.
계획은 중요하다.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기만 해도 아예 상상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젠 안다. 비록 내가 계획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제 로또를 산다면 적극적으로 꿈꿔보고 계획해보겠다. 누가 아는가. 이번 주 당첨자가 내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