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모험 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했고, 회사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쯤 되니까 뭔가 이상했다. 재밌어했던 게임이 즐겁지 않았다. 모든 게임이 그저 그랬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줄여서 '야숨') 게임은 지금까지 느꼈던 여느 RPG와는 달랐다. 처음 시작할 때 몇 가지 이동에 대한 안내를 하고 나서 끝이다. 시작의 대지라는 곳에서 나는 링크가 되어서 세계에 대해서 학습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내야만 했다.
워낙 컨트롤에 서툴어서 능숙해지는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야숨은 나를 기다려줬다. 그렇게 느꼈다.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묵묵히 서있었다. 그 기다림 속에서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링크의 친구들을 만났다. 세계 속에 있는 이들과 모험을 했다.
흠뻑 빠졌다.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어서 어디든 스위치를 가지고 다녔다. 최근을 생각해도 이 정도로 흠뻑 빠진 게임은 없었다. 심지어 이후 젤다 시리즈도 야숨만큼 하지 못했다.
야숨 속 세계는 나를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었다. 힘을 모두 잃어버린 나에게 그들은 아직도 나를 믿고 있었다. 세계 속에서 충분히 나는 실패할 수 있었고, 흥미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하이랄을 구했다. 결국.
그 후에서야 다시 게임이 재밌어졌다.
왜 야숨 이후에야 게임이 재밌어졌을까? 스토리때문일까? 아니면 오픈월드라는 게임 장르가 내 취향인지 알게 되어서? 모두 다 일수도 있고, 내가 아직까지 모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야숨 트레일러만 보면 뭔가 마음이 울컥인다.
그래도 차분히 생각해보면 야숨 속 세계는 위험이 닥쳤음에도 급하지 않았다. 세계는 언제든지 나를 반겨줄 준비가 되어있고, 기다렸다. 약한 몬스터도, 강한 몬스터도 내가 해치웠음에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활했다. 항상 세계는 내 성장과 성공을 위해 준비되었다.
현실에서는 나와 상관없이 시간이 흐른다. 사람들도 차갑기 그지없다. 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나의 활약과 성공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세계.
이렇게 쓰고 나니 다시금 그리워진다. 그 때의 환희와 경험. 하지만 이미 경험한 걸 다시 경험할 수는 없다는 게 또 게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또 다른 게임을 찾아 헤매나보다. 야숨 때의 재미를 느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