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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Mar 30. 2024

여기가 바람부는 언덕인가요?

어둠의 포켓몬 게임, 팰월드 (Pal World) 

게임을 시작하니 왠 세 마리 동물들이 빤하게 쳐다본다. 

이들을 게임에서는 '팰(Pal)' 이라고 부르는 생명체다. 


정신을 차리고 자리를 옮기자 보이는 건 무너진 듯한 신전 모습. 


아무 것도 없는 세상에서 처음 만난 NPC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팰들을 조심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게임을 조금만 플레이한다면 야생팰은 문제가 안된다. 그저 귀여울 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이 세계에서 나는 배고픔을 이겨내고, 생존하기 위해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을 시키기 위해서 팰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이 게임이 어둠의 포켓몬이라는 별명이 생기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서는 야생 팰을 사로잡아 길들여서 내 영역에 배치 할 수 있다. 그걸 거점이라고 하는데, 거점에 배치된 팰은 내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해야할 일을 찾아서 처리를 해준다. 밭 일을 잘하는 팰을 배치하면 작물을 키우며 식량을 생산한다. 어떤 팰은 돌도 캐고 나무도 캐준다. 레벨이 오를 수록 사로잡은 팰이 많을 테니 그만큼이나 편해진다.  

어느새 커진 내 거점

하지만 팰들이 있는 거점에서도 모든 게 다 생산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거점을 세운 곳의 문제로 팰들이 해결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는 결국 내가 나서야만 한다. 부족한 자원을 확인하고 채워야 하고, 때때로 침입하려는 어떤 적들을 해치워야 한다. 

거점에 없는 자원은 이렇게 직접 캐야한다 
물건이 필요하다면 생산도 해야한다

게임을 하다보니 회사를 운영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게임에서는 팰에게 따로 급여를 챙겨주는 건 아니니 비교할 게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느꼈다. 게다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다양한 자원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자원을 모은다는 게 거점에서 생산하는 물건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자원은 내가 만든 거점, 팰들이 일하는 지역 바깥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럴 때 대표가 나서야만 한다. 투자자를 찾던지, 아니면 대출을 받던지. 게임에서는 자원을 캐워야 한다. 


결국 대표는 쉬지 않고 일한다. 자나깨나 일해야 한다. 자원을 모아오고, 신규 팰을 잡아오고, 각 지역에 새로운 거점을 만든다. 혹시라도 거점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거점 순찰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쯤 하다보면 이게 내가 편하자고 회사를 만든건지, 아니면 회사라는 존재가 나를 이용하는 건지 헷갈리게 된다. 돈을 번다, 회사가 커진다, 이런 결과물은 물론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걸 직원이 아닌 대표로서 경험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커지면 커질수록 관리를 해야하는 어려움은 더욱 증가한다. 책임져야하는 요소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오늘도 팰월드를 플레이 하는 이유는 결국 재미일지도 모른다. 일하면서 나를 보면서 웃는 귀여운 팰의 모습이 좋아서. 혹은 새로운 팰을 만나고 그를 사로잡았을 때 느끼는 재미라던가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는 재미도 있다. 이런 소소한 재미가 쌓여서 팰월드를 계속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재미가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어떤 목표로, 그리고 어떤 소소한 재미를 느끼면서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걸까? 문득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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