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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Mar 30. 2024

어쩌면 인생 첫 게임

어떻게든 다섯 개, <오목>

혹시 <고스트 바둑왕> 이라는 만화를 아는가? 안다면 반갑다. 아마도 읽는 여러분은 저와 비슷한 나이대거나 그 당시 문화를 같이 느낀 문화적 동지일거다.


큰이모부는 항상 신문지 한 쪽에 실리곤 했던 바둑기보를 스크랩하시고, 비디오를 녹화하시곤 했다. 물론 초등학교를 다니던 당시의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항상 게임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나는 언젠가 해보리라 하면서 바둑알과 바둑판을 보곤 했다.


언젠가 부모님이 바둑 책을 사주셨던 적이 있다. 바둑 입문 책이었는데, 기본적인 룰 정도는 적혀있어서 그래도 초보 티를 살짝 벗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를 붙이진 못했다. 할만한 사람도 주변에 없었고.


하지만 바둑판과 바둑알은 너무도 훌륭한 게이밍 도구였다. 들고다닐 필요까지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든지 공책에다 바둑판과 바둑알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을 오목을 어떻게 배웠을까?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배웠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상관 없다. 어쨌든 아는 게 중요하다.


바둑과 다르게 오목은 쉽고 빠르다. 그 와중에 하는 사람에 따라서 룰이 조금씩 다르긴 하다. 보통은 놓지 못하는 자리에 대한 경우가 많았다.


놓지 말하야 할 곳(출처: 넷마블 오목)


어릴 적에는 어디선가에서는 오목을 하는 친구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학교에 트럼프카드를 가져오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학교에서는 뺏기고 혼나기 일 수 였다. 이러니 저러니 결국에는 오목이 적당했다. 게임도 하기 쉬운데 빨리 끝난다. 빨리 끝나니까 쉬는 시간 10분동안 여러번 오목을 둘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목은 보드게임 계의 패스트푸드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


오목과 바둑을 비교한다는 게 사실 말도 안되지만 왜 이 둘의 차이가 나게 된 걸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오목은 지금도 심심찮게 하는 걸 보게 된다. 하지만 바둑은 아무래도 배우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오목은 오래 할 수 없다. 빨리 끝난다. 그렇지만 항상 진지한 게임만 삶에 필요한 건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게임이 있는 거고, 같은 도구를 공유하는 오목과 바둑이 같이 존재하는 거라 생각이 든다.


삶을 지탱하게 하는 힘은 뭘까? 인생은 고통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간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일상 속 가득 찬 비관적인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그래서 쉽게 스마트폰에 기대게 된다.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때로는 술을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와 오목을 둘 수 있다면 어떨까? 잠깐 3분 이라도. 지면 어쩔 수 없지만, 이기면 기분이 좋겠지. 말은 하지 않아도 게임을 같이 하면서 경험하는 그 연대감이 있다. 잠시만 다른 사람과 웃으면서 대단치 않은 장난을 쳐보면서 긴장을 풀어보는 일. 지금의 나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인 듯 하다. 


오목판은 없지만, 어딘가에다가 오목 한 판 둘 수 있는 판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이미지 출처: 넷마블 오목 (게임 설명 페이지)

오목 역시 바둑처럼 프로리그가 있다. 혹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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