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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Mar 30. 2024

민속놀이

꽃놀이 <화투>

명절 하면 어떤 놀이가 떠오를까? 최근에 독특한 윷놀이 패가 나와서 소장 욕구를 자극시켰지만 나에게 익숙한 명절 민속놀이는 다름 아닌 고스톱이다. 


어릴 때 친척 어른들이 모여 앉아서 화투패를 돌리는 모습을 자주 봤다. 나는 뭐가 그렇게 흥미가 있었을까. 잡기에 능하다고 하던 외가 쪽 피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어린 나이에 어른들이 흥미진진하게 집중하는 모습에 재밌어 보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릴 적부터 화투패에는 관심을 보였다.  


화투의 기원은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 넘어왔다는 것만은 안다. 하지만 정작 현대 일본인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게임 도구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최근에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지만 화투를 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게 놀라웠다. 어쩌면 이런 수순으로 사라질지 모르겠다. 


화투 패를 가지고 하는 게임,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스톱'의 룰 자체는 짝 맞추기라고 할 수 있다. 1년은 열두 달이다. 화투 패 역시 1월, 2월 등 각 달에 맞춰 4장씩 12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그냥 고스톱은 짝 맞추기 게임만은 아니다. 패를 가져와서 점수를 만드는 방식이 다양해 상황마다 점수 계산을 해야 한다. 이 점수 계산 방식 때문에 고스톱 입문이 어렵다. 하지만 이 덕분에 게임 상황이 때때로 변화하는 게 바로 체감된다. 특히 게임 후반으로 가면 참여자가 현재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가 눈에 보이게 되고 이를 막고자 하는 노력과 게임을 이기기 위한 노력이 덧붙여져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 재밌는 고스톱. 어른들만 재밌는 걸 할 수는 없지. 하지만 고스톱 할 줄 안다고 어린애를 어른 판에 끼워주진 않는다. 처음에는 동생이랑 마주 앉아 고스톱을 치곤 했다. 그러다가 부모님이 판에 끼워주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명절이 되면 고스톱을 쳤던 거 같다. 그때가 되면 나와 동생은 각자가 모아 온 저금통을 가져와서 열곤 했다. 동전이 워낙이 많았으니 부모님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 고스톱을 했다. 


정신 없이 고스톱을 쳤지만 누가 이기고 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에는 돈 양이 서로 비슷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봐주면서 하셨겠다 싶다. 하지만 때로는 돈이 누군가로 쏠려 있는 적이 있었는데, 계산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겠지. 


민속놀이는 독특하다. 먼저 적어도 모두가 게임 이름을 모두 알아야 한다. 물론 놀이 규칙을 아는 사람이 많으면 더 좋다. 한 사람만 아는 놀이는 민속놀이로 취급되지 않는다. 현재 스타크래프트 1이 그런 수순을 밟고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도 점차 그 단계로 진입하는 듯하다. 


고스톱을 할 때를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을까? 이기면 좋았겠지만, 게임에 집중하는 시간, 서로가 말은 없지만 게임을 통해서 마음을 부딪혀가면서 말없는 대화를 하는 순간이 좋았다. 그런 시간이 면면히 쌓이는 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시간은 비단 가족끼리만 경험한 게 아니었다. 보드게임 모임을 하면서 만난 누군가를 계속 모임에서 마주친다. 대화는 별로 안 해도 자꾸만 같이 게임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친해져 있다. 대화를 길게 나누진 않았어도 가끔 그 사람이 생각나고 궁금해진다. 


게임만 이렇진 않을 거다. 하지만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게임마저 이렇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오래간만에 부모님이랑 고스톱이나 한 판 쳐보자고 할까 싶다. 그런데 이제 바닥에서는 못 칠 거 같다. 허리가 아파서 철푸덕 오래 앉아 있질 못하게 되었으니 테이블에서 해야 하나? 테이블에서 하는 고스톱이라니 웬지 웃기고 어색하다. 


이미지 출처
텐바이텐 '만월화투' http://www.10x10.co.kr/shopping/category_prd.asp?itemid=519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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