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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Mar 30. 2024

진짜 승리

귀여워 보이지만 사납습니다 보드게임 <루트> PC  버전

<루트> 는 사실 보드게임이 원작이다. 실제 게임을 깔아보면 보드판을 연상하게 하는 맵, 카드 플레이 등등 이건 보드게임을 PC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하지만 이렇게 PC로 바뀐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면 좋은 이유는 에러 플레이가 없다는 점과 플레이할 누군가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보드게이머는 항상 같이 플레이 할 누군가를 찾고 있다)


보드게임 <루트> 를 구매한 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실제 제대로 플레이 해 본 경험은 드물다. 하지만 요즘에 부쩍 내 주변에 있는 보드게임 뉴비분들이 요청이 많았다. 하지만 귀여워 보이는 일러스트와는 다르게 게임 자체는 꽤 난이도가 있으며, 그렇기에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더욱 보드게임 <루트>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PC판 <루트> 가 너무나 반가웠다. 심지어 본판과 일부 DLC에 대해서는 유저 한글화가 진행되어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전하고 싶다) 감격스러웠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리라 싶어 구매하자마자 바로 게임을 플레이 했다. 



<루트> 는 숲을 차지하려는 다양한 동물 세력 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조류를 대표하는 이어리 공국은 신흥 세력인 고양이 후작에 의해 숲을 빼앗긴 상태. 이 둘의 갈등 속에 다른 동물들의 지지를 업고서는 숲을 차지하려는 우드랜드 연합. 그리고 이런 세 세력 사이에서 자기만의 이득을 얻어보려는 방랑자 그룹. 이 세력은 각각 다른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어 꽤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보드게임 출시 당시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플레이하는 상황은 우드랜드연합까지 튜토리얼을 마치고 이어리 공국과 고양이 후작 세력간의 1대 1의 대결까지 치뤄본 상태다. 아직까지 이겨보진 못했다. 수련이 필요하다. 


이어리 공국은 군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해진 순서대로 자기 행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무서운 점은 성공한 루틴에다가 이번 턴 행동이 계속 얹혀지면서 어느새 행동력이 다른 캐릭터들을 압도하게 되는 점이었다. 이게 글로만 쓰니까 별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상대한 이어리 공국은 마치 새끼 곰을 보는 듯 했다. 처음에는 강아지보다도 작다. 너무 귀엽고 하찮다. 하지만 곰은 맹수다. 호랑이나 사자에 지지않는다. 처음에는 무시하던 이어리 공국은 뒤돌아보면 어느새 내 키만큼 자라있다. 공포스러웠다. 고양이 후작이었던 나는 어찌할 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어리 공국을 맵에서 몰아낼 수 없다. 곰이 되어서 나를 짓눌러버렸다. 첫 패배였다. 


쉬운 레벨이었는데도 졌다는 건 충격이었다. 내가 전략게임이 약하긴 했지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라니. 


며칠 후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승리했다. (물론 쉬운 AI 상대로 이긴거지만) 고양이 후작으로 이어리 공국에 대해서 설욕을 한 셈이다. 뿌듯했다. 내가 이제껏 착각했던 사실은 전투에서의 승리가 실제 게임에서의 승리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이 게임은 결국 목표 승점을 누가 먼저 이루느냐가 중요했다. 저번 게임에세는 그걸 파악하지 못했던 게 패배 원인이었다. 


이어리 공국은 계속 고양이 후작이 지배하는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키며 둥지를 늘려간다. 하지만 고양이 후작은 되도 않는 도발에 걸려들어선 안된다. 이 지배를 공고히 하면서 숲 전반에 문명 건설을 늘려나가 결국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세력이 되어야만 한다. 전투로 잃는 병사들도 잘 보듬어야 하고, 복수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그래서인지 고양이 후작의 눈을 가리는 게 중요했다. 고양이 후작이 내부를 관리하기 시작하면 다른 세력은 쉽지 않다. 게임 외에서도 전략이 필요하다. 자꾸 말을 걸고, 싸움을 걸어서 대응하도록 눈을 돌려야 한다. 


고양이 후작을 보면서 경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정말 다양한 상황에 놓여진다. 1인 기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일정도 확인한다. 매달 월세도 신경써야 하는데, 갑자기 돈 나갈 일은 지뢰처럼 갑작스레 나타난다.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 어딘가에 신경을 쏟아버리면 다른 일을 놓치게 된다. 진짜 승리란 무언가. 내가 이 일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건 뭔가? 때로는 뭘 내줘야 하고, 뭘 가져와야 하는가. 매순간 결정을 강요받는다. 하긴 인생 전체가 그렇다. 어딘가에 정신 팔리다보면 나는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떨어져 있다. 


시대가 어지러울수록 정신을 붙잡아야 한다. 진짜 놓지마 정신줄이 생각난다. 


출처: 네이버 웹툰 <놓지마 정신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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